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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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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톡톡 튀는 맛집 (5) 산양횟집(통영 산양읍)

입안 가득 바다향 퍼지는 자연의 맛

  • 기사입력 : 2012-10-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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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제철인 감성돔과 도다리. 굵직굵직하게 썬 자연산 회에선 달콤한 향이 감돈다.

    조개탕

    취나물 등 아홉 가지 나물과 재래식 된장을 섞은 보리비빔밥.


    돌멍게, 돌굴, 문어와 쫀득한 기름장.


    지리 생선국.


    소라고동.



    박경리 선생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중략)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 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다.’ 박경리 선생의 표현대로, 통영은 진취적이며 모험심 강한 예인들을 배출한 예향이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미항이자, 각별한 맛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톡톡 튀는 맛집’에서는 통영에서 28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집 산양횟집을 다녀왔습니다.

    ▲삼덕항에 남은 유일한 횟집

    산양일주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해보셨나요? 늘 아름다운 곳이기는 하지만 특히 석양이 질 때, 오밀조밀한 언덕배기의 포전(浦田)과 찰랑대는 물결이 어우러진 이곳의 풍경은 마음 한켠을 떼어주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삼양삼거리를 지나 달아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앉은 삼덕항은 욕지도를 오가는 배가 머무는 작은 포구입니다. 10여 곳의 횟집이 들어서고 떠나기를 반복한 이 포구에, 28년째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온 산양횟집이 있습니다. 통영의 식도락가들 중에서도 아는 이만 살짝 찾아 먹고 가는 맛집으로 통하는 이 집. 허름한 미닫이문과 색이 바랜 벽지, 가스불에 올려진 무쇠밥솥과 듬성듬성하게 회를 치는 오래된 도마와 무딘 회칼에서 풍기는 연륜이 제대로 된 맛집을 찾아왔음을 알려줍니다.

    ▲전혁림 화백이 인정한 맛

    산양횟집은 고(故) 전혁림 화백이 말년까지 아들 전영근 화백과 함께 종종 들른 맛집이기도 한데요. 대가가 수시로 찾은 맛집이 가진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에 있습니다. 그 맛의 이면에는 느릿느릿하지만 나름의 규칙성을 가진 김영태 (70), 구자연(67) 노부부의 정성어린 상차림이 숨어있습니다. 이들 부부도 삼덕항에 마지막 남은 횟집으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꾀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차려낸 자연스럽고 변함없는 한 가지 맛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때문에 웬만한 장관과 서장, 지청장 등 기관장들이 통영을 방문해 맛집 순례차 한 번씩 들르는 명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아이가. 초라한 행색의 노인 한 분이 와서 음식을 청하는데, 알고 보니 수년 전에 우리집에 오셨던 기관장 한 분인거라. 못 알아볼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라,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았은데 그 사정을 물어보지는 않았제. 죽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와 보고 싶었다면서 음식을 드시고 가셨는데, 진짜로 얼마 안 지나 돌아가셨다카데. 그 생각하면 지금도 짠하지”

    ▲3단 고음이 아니라 3단 음미

    아이유에게 3단 고음 창법이 있다면 산양횟집에는 3단 음미 식단이 있다고나 할까요. 산양횟집의 메뉴는 자연산 회와 보리비빔밥으로 이어지는 한 가지 메뉴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회도 밥도, 머릿수에 맞추어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상이 차려집니다. 생선회와 보리밥이라니, 언뜻 들으면 조금은 생소한 이 조합이 산양횟집에서는 각별한 별미로 피어납니다. 먼저 1단계는 문어와 돌굴, 멍게와 쫀득한 기름장, 싱그런 향을 머금은 소라고동, 그리고 시원한 조개탕이 푸짐하게 차려나오는 에피타이저입니다. 에피타이저로 서서히 입맛을 돋우고 있다 보면, 굵직굵직하게 썬 자연산 회 한 접시를 대령합니다. 자연산이라 그런지 달콤한 향이 감도는 이 회가 바로 2단계입니다. 요즘 같은 한창 가을에는 감성돔과 도다리, 전어가 제철입니다. 회를 맛있게 먹고 있는 동안, 부엌 가스불 위의 무쇠솥 안에서는 구수한 보리밥이 익고 있습니다. 큼지막한 양푼과 고두밥으로 얹은 보리밥에 호박나물, 고구마줄기, 톳나물, 서실나물, 비름나물, 취나물, 고춧잎과 취나물, 무생채, 이렇게 아홉가지 나물과 대파와 땡초를 총총 썰어넣은 진한 재래식 된장, 그리고 지리로 끓인 생선국이 모두 함께 마지막 3단계로 등장하는데요. 양푼에 보리밥을 넣고 각종 나물을 얹은 뒤 된장을 비벼 생선국과 함께 먹는 맛이 그야말로 별미입니다. 톡톡 터지는 보리의 촉감에 나물과 된장이 어우러지는 맛의 향연이 입안에서 펼쳐지는데요. 마지막으로 나오는 보리밥 숭늉이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우리집 음식은 하루살이요

    산양횟집 음식은 하루살이 음식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연산 물고기를 취급하다 보니 짧으면 몇 시간, 길면 3일 안에 물고기가 제명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매물도와 욕지도, 국섬 근처의 드넓은 다도해를 마음껏 돌아다니던 물고기들은 좁디좁은 어항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고마는 통에 무던히도 노부부의 속을 끓입니다. 때문에 매일 대중없이 손님을 받아 대중없이 살아있는 고기로 상을 차립니다. 봄철에는 도다리와 악어처럼 껍질이 거칠거칠한 옴도다리가, 여름철에는 도다리와 잡어가, 지금부터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까진 감성돔과 도다리, 광어, 전어가 좋습니다. 앞서 말한 나물들은 계절에 따라, 혹은 손님의 입맛에 맞추어 종류가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매일 새벽, 노부부는 촌할머니들이 손수 길러 장만해 온 나물을 서호시장에서 구해 새롭게 무칩니다. “우리집은 사람은 오래됐는데, 음식은 오래 못 묵혀 둔다오. 하루살이요, 하루살이.” 바쁘게 음식을 내오며 함박웃음 짓는 노부부의 손길이 정겨운 맛집입니다.

    <맛집정보>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868-2번지, 생선회 시가(7~15만 원), 보리밥 일인분 5000원, ☏643-8325.

    글=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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