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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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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진해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꿈꾸듯 물에 잠긴 산그림자
짙고 푸른 나무그늘 아래 황톳길 걸으며 즐기는 ‘도심 속 자연’

  • 기사입력 : 2011-06-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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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 내수면 환경생태공원의 유수지. 장복산 그림자가 물속에 잠겨 있다.
     
     


    수를 놓은 듯 아름드리 나무를 휘감아 도는 연초록의 이끼, 흙내음이 솔솔 풍기는 황톳길, 쉼 없는 새소리는 태고의 신비감마저 들게 한다.

    숲, 새소리, 황톳길은 눈과 귀를 기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에 있는 아픔과 고통까지 깨끗이 씻어준다.

    더운 날씨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숲과 그 숲이 만든 그늘 속으로 숨는다.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에 숲은 넉넉한 품으로 사람들을 감싸 안고 무한의 에너지로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이 같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는 ‘도심 속 소우주’인 ‘진해 내수면 환경생태공원’을 지난 15일 찾았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진해 남부내수면연구소에 있는 이곳은 2008년 당시 진해시가 생태관찰로와 관찰데크 등 유수지 주변 8만3897㎡를 환경공원으로 만들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습지 보전지역 1182㎡를 조성하면서 기존 갈대 군락지를 보전하고 꽃창포·비비추·골풀·옥잠화·노루오줌·황금갈대 등 습지식물을 심어 꽃동산도 조성했다.

    2008년 창원서 열린 람사르총회 때 공식 방문지가 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또 사진작가들이 뽑은 국내의 아름다운 사진 촬영지로도 꽤 알려져 있다. 빛이 반사돼 비치는 반영(反映)이 가장 아름다운, 특히 장복산의 원형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유수지.

    동행한 숲해설사 이광숙(63·진해구 이동)씨는 “사진작가와 사진애호가의 발걸음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면서 “하루 평균 3000명, 주말에는 5000명의 내·외국인들이 찾아오는 자연 관광명소”라고 귀띔한다.

    둘레가 어른 두 사람의 아름을 넘길 정도인 수령 300년의 팽나무가 당당한 위세로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숲은 한여름 햇빛조차 가렸다. 짙은 녹음이 뿜어내는 푸른 에너지가 비처럼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벚꽃이 피는 봄에는 연분홍 꽃비가 호수를 감싼다고 한다. 여름철 푸른 기상을 뽐내던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는 가을에는 쓸쓸함의 극치가 경건함을 가르칠 것이며 나목의 겨울은 대자연의 장엄함으로 부족한 깨달음과 배움에 갈증을 던질 것이 자명하다.

    이런 곳이니 2008년 방영된 김하늘·박용하·이범수·송윤아 주연의 SBS드라마 ‘온에어’를 촬영했다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10대 절경이라 불리는 캐나다 로키산맥의 ‘레이크 루이스’의 반영조차 능가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아주 잠깐, 머리를 스쳤다.

    연중 개방하지만 관람 시간은 정해져 있다. 소우주를 보존하자는 취지 때문이다. 요즘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동절기는 오전 7시~오후 5시까지다.



    높다란 나무는 신록을 뿜고, 정겨운 황톳길은 흙내음을 뿜어낸다.
     

    ★장복산 사계절 담은 ‘유수지’

    장복산의 사계절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는 방법이 있을까. 그것도 원형을 있는 그대로 옮길 수는 없을까.

    진해 내수면 환경생태공원에 있는 작은 호수인 유수지는 이 같은 고민을 풀어주는 ‘해우소’이다.

    장복산은 계절에 따라 다른 옷을 입는다. 혹서기의 장복은 토해낸 푸름을 주체하지 못해 검은색이 돈다. 봄엔 산 허리를 도는 연분홍 꽃대궐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작은 호수에 담긴 장복산의 사계절을 카메라에 잘 담으려면 먼저 바람이 없어야 한다. 맑은 날보다는 조금 흐린 날이 좋다. 비 갠 뒤 유수지도 반영을 찍기엔 딱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레길을 한 바퀴 걷는다면 냉랭함은 유수지에 눈 녹듯 흘러내리고 평화와 다정함이 봄비가 호수를 적시듯 두 사람 사이를 흐르지 않을까 싶다.

    글= 이병문기자 bmw@knnews.co.kr

    사진= 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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