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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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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20) 학급에서 논술 - 몸짓으로 친해지기

반 아이들 체육대회 뒤 겪은 일 글쓰기 하니…

  • 기사입력 : 2011-05-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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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월산중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이 편을 나눠 농구경기를 하고 있다./월산중 제공/
     
     
    모르는 사람끼리 처음 만나 쉽게 친해지려면 함께 먹고 노는 게 좋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번에 음식 만들어 먹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함께 부대끼며 놀아볼 차례였다. 등교하는 토요일에 맞춰 학생들에게 체육대회 계획을 짜보라고 했더니 축구와 농구를 하자고 했다.

    체육대회는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문제는 점심이었다. 각자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행사에 비해 가정에서 너무 번거로운 일이 될 터이고 돈을 내어 음식을 사먹자니 마땅한 음식도 없을 뿐더러 비용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제안한 방법은 학급의 여섯 모둠에서 서로 짝을 지어 세 모둠이 다른 세 모둠의 점심을 책임지는 것이었다. 모둠별로 밥을 가지고 오는 사람, 김치를 가지고 오는 사람 등으로 한 모둠 6~7명이 밥과 반찬을 모으면 점심이 해결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 반 부반장과 한 명이 햄버거와 콜라를 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점심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학부모님의 성의를 생각해서 고맙게, 맛있게 먹었지만 이렇게 점심을 해결하는 게 썩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모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점심을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논의해 봐야겠다.

    농구는 원했던 학생들이 모여서 그런지 모두들 열심히 하는데, 축구는 적극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보였다.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자를 보내거나 피곤하다고 운동장 응원석에 앉아 있는 학생도 있다.

    아차 싶었다. 남학생들이니까 당연히 운동 경기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체육대회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며칠 뒤에 글쓰기를 했다. 체육대회를 하면서 겪었던 일을 자세하게 쓰면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도록 했다. 체육대회 준비 과정이 허술했고 운동 종목이 단순해서 그런지 겪은 일을 간단하게 쭉 나열한 글들이 많았다.

    글쓰기의 기초는 겪은 대로 생각한 대로 자세하게 쓰는 것이다. 중3 남학생들인 우리 반 학생들 태반이 ‘자세하게 쓰기’가 부족했다.

    이번 글쓰기 지도에서도 그냥 자세하게 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처음 계획을 짤 때, 농구나 축구를 하면서, 하고 난 뒤에 겪었던 일과 느끼거나 생각한 것을 발표해 보고 난 뒤 쓰게 했더라면 글이 좀 더 나아졌을 것이다.

    다음에 글쓰기를 할 때는 참고가 될 만한 보기 글을 보여주고 집단 토의를 한 뒤 글쓰기를 해야겠다. 다음 글은 체육대회를 한 뒤 우리 반 학생들이 쓴 글들이다.


    ☞ 학생 글 1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워

    지난주 토요일, 등교하는 토요일마다 반 친구들의 협동심과 친밀감을 위해 학급행사를 가진다는 우리 반의 계획에 따라 학급 체육대회를 했다.

    종목은 농구와 축구 두 가지였는데, 조별로 팀을 편성해 그 결과로 각 조에게 점수를 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황금 같은 휴일, 토요일 오후에 이런 행사로 휴식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조금 싫기도 했다. 또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거나,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은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랬지만 이번에도 저번 음식 만들기처럼 예상외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생략)

    나는 농구를 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몇 명은 농구를 하고 나머지는 15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축구를 하였다. 공은 둥글다고, 농구와 축구 모두 공이 이리저리 튀며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경기를 한 시간 정도 한 것 같은데 결과는 농구에서 우리가 1점 차이로 이겼고, 축구는 1-16으로 졌단다. 결과는 같아져버렸지만 같이 뛰고 땀 흘리면서 정말 유익하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반 모두가 이렇게 체육대회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많으면 많을수록 그 재미는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몸은 무겁고 다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가벼운 토요일이었다.


    ☞ 학생 글 2

    우리 편이 내 공 뺏어 기분 나빠…

    나는 축구를 했는데 미드필더였다. 나는 열심히 뛰었다. 근데 돌파를 하면 우리 편에 한 명이 갑자기 달려와서 공을 뺏어 골을 넣었다.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골을 넣어서 그런지 괜찮았다. 드디어 나도 한 골을 넣었는데 그 뒤로 넣지 못했다. 그래도 6-0이 되었다.

    우리가 이기리라 확신했다. 상대팀은 거의 포기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가 10점짜리 골든골을 하자고 했더니 완전 열심히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조금 당황했지만 골을 넣어서 이겼다. 결국 16-1로 이겼다. A팀의 승리였다.(생략)


    ☞ 학생 글 3

    농구·축구 다 싫어도 해야 했기에

    나는 처음에 농구와 축구 다 싫었다. 난 살이 쪄서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금방 지친다. 그래도 하나는 해야 하니까 못해서 욕먹을 것 같았지만 축구를 했다. 나는 수비를 했다. 하지만 조금 뛰어다닌 후에 금방 숨이 차서 힘들었다. 우리 팀에는 수열이와 선생님이 블랙홀이었다. 수열이가 골키퍼였을 때 특히 웃기고 재미있었다. 공이 왔는데 놀라서 눈을 감고 숙였다.(생략)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다음에는 종목을 더 늘리고 시간도 늘렸으면 좋겠다.


    ☞ 학생 글 4

    따로 경기 하니까 따로 노는 느낌

    체육대회를 하면서 축구와 농구를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체육대회는 사람이 많더라도 두 팀을 만들어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반 전체가 친해지고 정을 느낄 수 있는데 축구와 농구 따로 하니까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생략)


    배종용(김해 월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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