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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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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12) 통합 독서논술- 내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학급에서 논술하기

  • 기사입력 : 2010-03-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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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는 기회를 갖게 하고 싶어 생각한 글쓰기 주제 가운데 하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이다.

    지금 나의 모습은 지나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에 부대끼다 보면 지나간 일들을 놓치기 쉽다. 경험은 인생을 가르쳐주는 가장 훌륭한 교과서이다.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경험에 관한 명언들을 보았는데 그중에 존 듀이의 ‘사고(思考)라는 요소를 전혀 내포하지 않고는 의미를 가진 경험이란 있을 수 없다’라는 말과, P. 헨리의 ‘나는 나의 길을 인도해 주는 유일한 램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경험이란 램프다’라는 말에 공감했다.

    경험의 중요성은 경험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주제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회를 갖게 하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이번 주제를 제시한 까닭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이번 주제와 관련시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겪어보는 것이 더 낫다.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는다. 그렇지만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일을 실패했을 때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역시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일을 겪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경험에 관해서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해야 할 점은 우리가 겪는 수많은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게으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일기 쓰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겪은 일에 의미를 많이 부여할수록 우리 삶은 그만큼 풍요로울 것이다. 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삶의 재산의 될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전에도 글쓰기 시간에 이 말을 했는데 이번 주제에도 이 말의 의미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낱 지나간 일에 불과할 것이다.

    학생들이 쓴 글 중에 ‘의미가 담긴’ 두 편을 골라 일부분을 소개한다.

    ☞ 학생 글 1.  초등 5학년 때 글짓기 재능 살려주신 담임선생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만났던 일이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4학년 때까지는 아무 대회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일기는 꼬박꼬박 썼던 것 같다.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 왜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나를 외부 대회로 뽑았는지…. 나는 5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나를 6월 6일 현충일을 기념하여 가야랜드에서 열리는 ‘호국 보훈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다.(중략)

    내가 연습장에 쓴 이야기를 보고 선생님은 내용이 좀 알차지 않다고 했는데, 초등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나는 기뻤다. 내가 쓴 글이 이런 상을 받을 만큼 잘 쓰였던 걸까?

    믿기진 않았지만 주말인가 그때 칠암 문화센터에서 시상식과 음악회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주말에 엄마와 아빠, 나, 동생 이렇게 가족 모두가 칠암문화센터에 갔다. 아빠는 내가 최우수상을 받으러 갈 때 사진을 찍고 난리가 났었다. 난 그때가 정말 내가 자랑스러웠고 행복했다. 엄마와 아빠도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그때 이후로 우리 학교에 오는 글짓기에 관한 공문에는 무조건 참여했다. 호국보훈 말고도 대통령기 글짓기 대회인가도 있었는데 거기서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고 써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때 이후로 책 읽는 것을 좋아했으며 국어도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국어교사가 꿈이었다.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1년에 서너 번은 바뀌었는데, 4년째 바뀌지 않고 밀고 나가고 있다. (중략)

    내가 만약 국어 교사가 된다면 5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남자선생님이셨는데, 참 고마운 분이셨다.

    ☞ 학생 글 2.  우리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난 게 의미 있고 행복

    우리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난 게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지만 우리 아빠 딸로, 엄마 딸로 태어나서 너무 행복하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도 한번씩 ‘돈 많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아빠, 엄마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본 적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막노동을 하며 겨우 살아가는 아이들이나 엄마, 아빠한테 버림받고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들이나 매일매일 싸우는 부모님을 둔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 생각을 금방 잊어버릴 만큼 나는 좋은 엄마, 아빠를 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돈 많고 좋은 직업을 가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 엄마, 아빠도 착하고 똑똑한 딸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더 좋은 딸이 되려고 더 노력해야겠다.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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