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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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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71) 소설 ‘스프링벅’ 으로 본 청소년과 교육

얘들아,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니?

  • 기사입력 : 2010-0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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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지난달 논술탐험에서 글샘이 ‘책의 주제에 맞춰 다양한 글감을 자신의 경험과 어우러지게 써야 글맛이 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막상 독후감을 쓰려니 책의 내용에 걸맞은 제 경험을 생각해 내는 게 어려워요. 그런 경험을 못한 것인지, 찾아내지 못한 것인지….

    글샘: 책을 읽은 뒤 느낌을 마음속에 간직해도 되지만, 글로 남긴 게 독후감이지. 독후감을 쓰는 목적이 학교과제나 공모용일 땐, 읽는 이(선생님,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느낌을 글로 전하는 것이고. 그러면 자신의 경험이 떠오르지 않을 땐 어떤 방법이 좋을까?

    글짱: 흔히 말하는 간접경험요? 제 얘기 말고 주변의 사례를 담는 방법이 있겠죠.

    글샘: 그렇지. 하지만 책의 내용과 동떨어진 얘기로 엮으려다 보면 어색한 독후감이 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바엔 솔직한 느낌을 쓰는 게 낫단다. 오늘은 지난해 창원도서관 경남독서한마당에서 뽑힌 독후감들을 보며 글쓰기 탐험을 해보자. 여러 입상작 중에서 소설 ‘스프링벅(배유안 작, 창비 출판)’을 읽고 쓴 청소년들의 독후감일부 대목을 예로 들게.

    ☞ 예시문 1 - 우수상을 받은 중학 3학년생의 글

    지금의 나태한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고, 또 하나는 내가 부모님에 대해 가진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기 때문이다.(중략) 어쩌면 나와 내 또래들이 겪고 있는 사춘기라고 이름 지어진 어린 시절의 철없는 행동과,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된 것에서 오는 인생의 허망함과 절망감은 훗날 우리들이 좀 더 크고 훌륭하게 비상하게 위해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생각이 든다.(중략) 이 책은 나에게 어른도 결국은 이 땅에서 하나의 삶이고 절대적으로 완벽하게 성숙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그런 어른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하략)

    글짱: 이 대목만 봐도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네요.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어떠했나요?

    글샘: 개별 평가는 없었지만, 이 글은 전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풀어 썼기에 입상한 것 같아. 다만 경험 사례를 너무 간단하게 표현한 데 그쳐 조금 아쉬워. ‘내가 부모님에 대해 가진 그릇된 생각을’이란 구절이 있음에도 그 내용은 안 써 놓았거든. 아마 사춘기 학생에겐 가정 얘기를 드러내기엔 부담이었나 봐. 그 부분만 잘 연관지었더라면 더 나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말이야. 이번엔 다른 작품을 살펴보자.

    ☞ 예시문 2 - 장려상을 받은 중학 3학년생의 글

    스프링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의 이름으로, 이 양들은 풀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앞다투어 초원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풀을 먹으려던 원래 목적은 잊고 무작정 뛰기만 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중략) 오늘 저녁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또 올랐다는 뉴스를 접했다.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5%씩 증가하고, 그 이유의 대부분은 성적 고민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입시 경쟁에 내몰려 꿈을 잃은 채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하략)

    글짱: 이 작품은 책의 내용을 소개하며 청소년 자살문제를 연결시킨 게 돋보였나 보죠?

    글샘: 바로 그거야. 더 이상 설명을 안해도 되겠구나. 심사위원들의 전체 평가에서도 “책의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 내용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거든.

    글짱: 위에 소개한 두 작품 모두 자신의 경험을 많이 넣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글샘: 응모작 중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책 내용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 많았다고 하더구나. 다른 입상작 중엔 학교수업 중에 있었던 일을 글감으로 활용한 작품도 있었어. 또 주인공의 입을 빌린 형식으로 소설의 의미를 되새긴 작품도 있었지. 이러한 독창적인 글쓰기 기법이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을 거야. 아 참, 간접경험을 찾는 방법도 얘기해야겠구나. 지금 스프링벅의 독후감을 쓴다면, TV드라마 ‘공부의 신’을 글감으로 활용해도 괜찮을 거야. 그 드라마가 명문대 지상주의라는 비난도 있지만,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욕심 때문에 방황하다 다시 일어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나오잖아. 소설과 드라마의 등장인물들, 그리고 나 자신을 견줘 학교생활이나 입시 현실을 짚어보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거야.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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