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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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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노란 풍선을 띄우며- 성전스님(남해 용문사 주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노란색 물결' 희망 의미
'참배객 눈물' 무관심과 이기에 대한 참회 상징

  • 기사입력 : 2009-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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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날 노제를 지내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갔었다. 그곳은 온통 노란색 일색이었다. 노란 모자와 노란 풍선. 사람들은 온통 노란색으로 세상을 색칠하며 노 전 대통령의 운구를 가슴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슬프지만 그 슬픔은 시작이었고 또한 희망을 의미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에 눈물을 그득 담고 혹은 두 뺨에 커다란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들은 노란 희망을 노래하며 어깨동무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 못다 이룬 꿈을 저 세상에서 이루라는 의미 같기도 했고 혹은 당신의 못다 이룬 꿈을 남은 우리가 이루겠다는 다짐 같기도 했다.

    노무현. 그는 색으로 치면 노란색과도 같은 사람이다. 노란색은 내게 동심이고 난만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에게서 그 난만한 표정을 너무도 자주 보아왔다. 그 난만함은 그의 진실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국민을 가슴으로 만난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 누가 그렇게 난만한 표정과 어투로 국민들을 만날 수가 있겠는가.

    삶이 온통 진실이 아니라면 그러한 표정과 어투는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또한 끊임없이 부딪혀야만 했다. 경박하다고 성글다고 그는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 그것은 진실해서는 안 된다는 정치인의 제일 금기를 그가 위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정치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으로 오고자 했다. 그는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과 함께 하고자 했기에 권력에서 권위를 버렸다. 그 순간 권력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되었다. 권력이 어떻게 아름다워지는가를 그는 실천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무서운 대통령이 아니라 친근한 대통령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그는 권력을 가진 괴물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의 권력 전부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바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순결한 헌신의 의지는 끝내 좌절을 경험해야만 했다.

    시청 앞에서 사람들은 전부 눈물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 어떠한 말보다도 깊은 말이었다. 이 세상 어디 눈물보다 더 진실한 말이 있는가. 진실한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우리는 진실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간의 무관심과 이기에 대한 참회였고 세상을 그의 가슴으로 한번 살아보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 눈물들이 꽃이 되어 그의 운구차량에 한없이 아름답게 낙화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고뇌 위를 수십만 송이의 눈물 꽃들이 덮고 그의 못다한 꿈들을 수십만 개의 노란 풍선들이 물고 하늘로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해는 서산에 지고 달은 동쪽에서 떠오른다고 하지 않던가. 몸은 비운에 갔어도 그의 웃음과 표정과 진실한 뜻들은 저 빛나는 태양처럼 떠올라 우리를 눈부시게 하고 있지 않은가. 시청 앞 광장에서 노란 풍선을 띄우며 나는 길 떠나는 진실한 한 영혼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성전스님(남해 용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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