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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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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참된 행복

김정훈 신부(천주교 마산교구청)

  • 기사입력 : 2009-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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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운 고백 하나를 들자면 제게는 통풍성 관절염이라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특이한 증상이 없다가 체내에 요산이 지나치게 집중되면 급작스러운 발작과 통증이 관절부위에 생기는 병인데요. 이 병의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친 단백질 섭취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자병이라는 말도 듣곤 합니다.

    전 좀 억울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단백질 섭취량이 많다는 말에는 긍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병증에 가장 좋은 치료약은 식이요법입니다. 단백질 섭취량을 줄이고 적당하게 운동하고 좋은 생각하고 적당히 자고. 물론 의사선생님들이 보시면 다른 말씀들 하실 수도 있으니까. 이건 비전문가의 견해라고 해두어야겠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단백질 섭취량이 제 몸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고 보니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정도’라는 말이 이리 쉬이 나오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아 보입니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오랜만에 가족끼리 어쩌다 돼지갈비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걸 보면 고기를 이리 쉽게 먹게 된 것도 모두 부모님 세대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라 생각됩니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진 세상입니다. 입어야 할 옷은 한 벌 정도면 충분하고 옷장을 열어 보면 옷이 한가득인데 정작 입을 것이 없다 합니다. 보아야 할 책도 한 권 정도, 먹어야 할 것도 그리 많지 않아도 될 터인데 벽걸이 텔레비전이 없으면 시대에 너무 뒤처진 것 같고 그 뭐랄까 양쪽으로 문 달린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 아이고 이것들 다 채우려니 집이 또 너무 작네요.

    아 참, 며칠 전 소식으로는 집을 가진 세대수보다 등록된 자동차 수가 더 많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가져서 오히려 탈이 나는 세상이니. 많아도 걱정, 너무 없어도 걱정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이 정도면 적당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요? 이만하면 훌륭하다, 되었다 싶은 그 선은 어디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참된 행복을 찾아 이리저리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만 예전보다 더 많이 가진 오늘에도 여전히 그 헤맴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참된 행복이란 아직도 멀리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님 한 분과 신부님 두 분이 시작한 오체투지순례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그 오체투지, 온 몸을 땅에 대는 한걸음 한걸음이 벌써 90일이 훌쩍 지났답니다. 이 오체투지순례단의 슬로건이 짐짓 비장합니다. ‘우리 시대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그 오체투지 순례 행렬은 많은 이들이 함께하면서 그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일순 행복한, 가슴 충만한 얼굴을 보인답니다. 가진 것도 아니고, 가지기 위해 헤매는 것도 아닌 그 단순한 발걸음에서 행복을 누린다면 오늘 우리는 한번쯤 참된 행복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한 행복은 채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족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요? 가지지 못한 괴로움, 가져서 떨쳐 버리고 언젠가 놓아 버려야 할 아쉬움이 아니라 훌훌 그렇게 지금 충만하게 하루를 살아가시기를, 그래서 누구도 빼앗지 못하는 참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김정훈 신부(천주교 마산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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