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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2) 교과통합 독서논술- 반별 독서 발표 대회

  • 기사입력 : 2008-1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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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 나누는 계기 마련

    논술 교육에서 가장 큰 난관은 학생들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학생들이 학습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어떤 교육에서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자의 몫이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논술 교육에서 학생들의 적극성을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까닭은 논술의 특성 때문이다.

    지식이 중심 되거나 논리의 틀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학습에서는 학습 과정에 교육자가 개입하기가 쉽다. 논술은 복잡하고 종합적인 사고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육자가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 개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논술 교육을 하려는 입장에서 중학교 현실을 살펴보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교사 1인이 30~40명의 학생과 함께 진행하는 논술 수업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생각을 일일이 함께 다듬어 보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쓰기 기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많다. 하기야 읽기 기초 능력이 문제가 되는 판국에 쓰기 기초 능력 운운하는 자체가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거기에다 학생들은 논술이라고 하면 머리부터 흔든다. 학생들에게 학습 가운데 가장 하기 싫고 어려운 것을 꼽으라면 글쓰기를 든다.

    올해 우리 학교의 독서 논술 시범학교 업무를 맡으면서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논술을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부 선생님들과 의논하여 반별 독서 발표 대회와 반별 주제 토론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 시기는 1학기 시험이 끝나서 학생들이 그래도 여유가 있는 7월 중순이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대회를 하려고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도서 문제이다. 학교에서는 같은 책을 필요한 수량만큼 구입하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학교 도서실 책으로는 같은 책을 읽고 진행하는 모둠별 독서 토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개 여러 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발표하도록 한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책을 읽지 않은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른 방법은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단편 소설을 인쇄해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단편 소설이라는 것과 선정할 수 있는 소설들이 대개 오래된 것이라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미흡하고 독후 활동에서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독서 대회 진행 방식을 고민하고 있을 무렵 김해시청의 도움으로 ‘2008 김해의 책’으로 선정된 ‘완득이’ 350여 권을 대여받을 수 있었다.

    먼저 연구부 선생님들과 ‘완득이’를 읽고 발표 주제를 선정하였다.

    ①주제 1 : 소수자 문제에 대해 견해 밝히기

    ◇주인공이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 혹은 작가가 표현하는 의도 확인. ◇작품 속의 소수자(장애인, 이주 노동자, 생활보호 대상자) 문제, 해결 방안.

    ②주제 2 : 학교와 교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품 속에 담임교사와 반 아이들의 모습 이해. ◇현실과 비교, 작가의 의도 파악. ◇의미와 문제점에 관해 생각해보기. ◇현재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③주제 3 : 완득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완득이의 상황과 성장 과정 이해. ◇완득이 성장 과정 분석. ◇완득이라는 인물을 통해 드러내려고 한 작가의 의도. ◇청소년 성장기의 특징과 문제점, 이에 대한 해결 방안.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김해여중 반별 독서 발표 대회>

    우리 학교 2학년은 11반까지 있다. 3~4개 반을 한 모둠으로 묶어 3모둠을 구성한 뒤 추첨을 통해 모둠, 주제, 발표와 질문 순서를 정하였다. 반 모둠에 세 개의 주제가 모두 반별 배정이 되도록 했다.

    각 반에 발표자 3명, 질문자 3명, 답변자 3명을 선정하도록 하고 반별 토의를 통해 주제 발표와 질문과 답변 준비를 하도록 했다.

    1반은 주제1을 발표하고 6반의 질문을 받아 답변한다. 그 다음에 4반의 주제3 발표를 들은 뒤에 이 주제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이다.

     <김해여중 반별 독서 발표 대회에서 2학년 2반의 발표 자료>

    주제를 발표할 때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도록 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발표 대회 내용을 요약할 수 있도록 한 뒤 독서 감상문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발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평가하여 모둠별 발표 우수 3학급을 시상했다.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주제 :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고 분석한 정도는?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조사하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검토했는가? 주제에서 문제점을 짚어내고 이에 대한 창의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가? 독자로서 느낀 바가 설득력이 있는가?

    ②질문 : 상대방 발표 내용의 정확한 이해와 문제 제기.

    ③답변 : 질문에 대해 적절한 답변.

    ④태도 : 발표자 - 토론 규칙과 태도, 청중의 이해도 고려, 청중 - 질서와 경청 정도.

    ⑤독서 감상문 : 자신의 생각, 성실성.

    중학생들의 일반적인 독서 감상문은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점 한두 가지를 쓴 것이 많은데 발표 대회 때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이런 글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작가가 성장 소설에서 완득이의 꿈을 너무 미흡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반대로 완득이의 꿈이 멋지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학교 추천 책이라 지루할 줄 알았는데 읽을수록 재미있었다고 추천도서의 편견을 깬 경우도 있었다. 이성 문제나 이 때문에 나타난 세대 차이, 장애인, 왕따, 폭력에 대해 생각을 쓴 경우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소수자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교사의 문제점을 짚으며 이렇게 쓰기도 했다.

    ‘똥주(소설의 담임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은 점은 완득이에게 쪽팔림을, 자존심 꺾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문제가 된다. 실제 이런 말을 들으면 더 나쁜 길로 빠질 것이다.’

    또 이런 깨달음을 쓰기도 했다.

    ‘우리 인간은 다 같은 존재이다. 감정을 가지고 기분도 인식하고 무엇보다 다 같은 생명체이다. 장애인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사회 환경에 의해 압박받고 있다면 지나치지 말고 감싸줄 수 있는 따스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독서 발표 대회는 같은 책을 읽은 뒤 다양한 생각을 발표하고 글로 쓸 수 있었다는 점, 반별 독서 토의의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점, 가능한 범위에서 많은 학생이 발표할 수 있도록 한 것, 질문과 답변을 통하여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것, 반별 대회와 시상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 요약을 통하여 정리하고 모든 학생이 글을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발표 기회, 조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제 토론 대회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겠다.

    # 필자 배종용 선생님 약력

    현) 김해여자중학교 교사

    *1993 ~ 2004년 독서논술교육 회사 글사임당(주) 지사장, 교육 실장

    *2004 ~ 2005년 독서논술교육 회사 나랏말씀(주) 연구 이사로 뿌리깊은 독서논술(초등용, 6단계, 72권) 논술별곡(중등용, 3단계 30권), 방과후 독서논술(초등, 방과후 교실 교재) 집필

    *2006년 DLS 독서논술 지도 교사 활동

    *2007년 김해교육청 지정 독서교육 시범학교 교재 3권 집필

    *2007년 경남교육청 독서 논술 프로그램 개발위원

    * 2008년 경상남도교육정보원 교과 독서 논술 지도자료 개발위원

    <발표 대회 선정 도서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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