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생각 키우는 역사논술] (8) 동북공정의 이면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
긴 이름에 숨겨진 ‘역사 침략’ ... 겨레의 얼 어떻게 지킬 건가

  • 기사입력 : 2008-10-22 00:00:00
  •   

  •  

    우리나라가 월드컵 준비로 한창이던 2002년 1월, 중국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 이름은 설명하기도 복잡할 정도로 길다.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이를 줄여서 ‘동북공정’이라고 부른다. 동북공정은 그 길고 긴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단순한 ‘역사적 조작, 왜곡’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의 동북지역,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관련하여 포괄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중국이 편입하려 한다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 동북공정은 우리의 생각 범주를 넘어 이뤄지고 있었다.

    동북공정 연구 과제 가운데 3가지는 △중국동북변경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정치·경제관계사 연구 △동북변경의 사회 안정 전략 연구 △한반도의 형세 변화와 그것이 중국동북변경지역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이다. 이 주제의 목적은 보시다시피 중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의 기초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해 마련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은 무엇일까?

    필자가 정치외교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으로 논할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하나는 1990년대 중반에 각 신문에 실린 기사다. “소련이 붕괴하고 옛 소련지역의 정세가 불안한 틈을 타서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자립’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 (러시아 연방정부가)우려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연해주의 경제권은 고려인들이 독점한 상황이다”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 국면으로 들어서면, 19세기 말부터 대규모로 유입된 조선족, 고려인들은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사회 안정 전략’을 동북공정은 포함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서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살펴보아야 한다.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군은 급속도로 북진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평양이 점령당하자 명나라는 부랴부랴 지원군을 보내기 시작한다.

    19세기 후반, 일본에 의해서 조선이 강제로 개항되고, 일본의 영향을 받은 개화세력들이 나타나자 청나라는 바로 군대와 원세개를 보내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한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낙동강 인근까지

    진출했으나 미군과 국군의 반격으로 평양을 점령당하고 압록강 인근까지 밀리자 중국은 바로 지원군을 파견한다.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의 공통점은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서 어떤 전략을 폈는지 알려준다.

    중국은 한반도가 중국과 다른 특정 세력에게 넘어가거나, 힘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여지없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이미 남한이 ‘미국’이라는 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상황에서 북한마저 흔들리거나, 불안한 상황이 되면 중국은 언제든지 개입할 것이다.

    북한 핵 위기가 절정인 2005~2006년 압록강 인근에서 중국군과 북한군의 여러 차례 교전이 있었고, 중국은 북한을 긴장시키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여러 번 감행했다.

    2005년 1월 6일 미국 내 중국 전문가 브루스 길리는 월스트리트 아시아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전 세계에 위협이 되며 인권문제도 심각하다”면서 “중국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한을 침공해 과도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중국이 동북공정에서 ‘한반도의 형세 변화와 그것이 중국 동북 변경지역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바로 중국의 ‘한반도 개입’에 대한 기초연구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간도협약’이라는 일본과의 불법적인 조약을 통해서 우리에게서 간도지역을 빼앗았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되고, 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분명 이 문제는 공식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중국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포함시켜 이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다.

    이렇듯 동북공정은 단순한 역사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 문제에만 국한된다면 우리는 동북공정에 대해서 아무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야 우리 민족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중국이 지난 5년 동안 동북공정으로 만든 역사적 결과물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해괴한 논리와 자료부족, 한민족 역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가히 ‘대하 역사 장편소설’을 지어낸 것이다.

    반면 남북한의 역사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자료와 논문들과 학문적 성과를 낳았다. 학문적으로는 중국은 남북한의 역사적 성과를 따라잡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차분히 냉철하게 판단하고, 동북공정에 숨어 있는 이면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동북공정을 통해서 국가가 의도적으로 직접 ‘역사’라는 학문적 영역에 개입한다면 어떻게 역사가 뒤틀리고, 왜곡되는지 반성하는 시선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임종금(‘뿌리깊은 역사논술’ 저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심강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