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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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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 시대’ 음식점 생존비법은?

  • 기사입력 : 2008-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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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치솟는 물가는 철재나 유류가 들어가는 산업현장에만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밀가루와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이미 면류와 식용유 가격을 올려놓았다. 여기에다 채소류와 해산물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 재료값도 만만찮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가정에서야 형편따라 먹거리를 조절할 수 있지만, 음식을 팔아야 하는 식당으로서는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남아야 장사’. 하지만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들 눈치 보이고, 그대로 가자니 수지가 맞지 않는다.

    오르는 식재료가에 맞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어려움을 돌파하고 있는 음식점들을 둘러봤다.

    ■ 버틸 때까지 버틴다= 창원 중앙동에서 20년 가까이 해물탕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D식당. 최근 태안반도 기름유출로 해산물 출하량이 줄고 값이 오르자 식재료값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단골손님들을 많이 확보해둔 터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구입가도 비싼 해물을 생물(生物) 대신 냉동제품으로 바꾸면 쉽게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까다로운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고, 가게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고작 아낄 수 있는 게 채소류나 반찬 종류지만, 주재료인 해물을 구입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별반 효과가 없다.

    이곳 종업원은 “냉동 해물이 살아있는 해물의 절반 가격도 되지 않지만, 맛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용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다행히 서해안 지역의 해물류 출하량이 점차 늘고 있어 조금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재료비를 낮춰라= 마산의 한 기사식당. 저렴하고 깔끔한 밥상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곳 업주는 하루가 다르게 뛰는 채소 등 반찬재료 구입으로 고민에 빠졌다.

    음식값을 올리자니 고객들의 불만이 걱정되고, 반찬 가짓수를 줄이자니 입맛이 까다로운데다 입소문도 빠른 기사들이 은근히 두렵다.

    이곳 밥상에 오르는 반찬수는 대략 10여개. 계란찜, 생선구이, 된장찌개, 볶음, 나물, 김치 등등이다.

    식당주인은 “지금대로라면 얼마 있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며 “하지만 가격도 못올리고 반찬수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주인은 고민끝에 몇몇 반찬을 바꾸기로 했다. 가짓수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생선구이를 빼고, 나물도 구입가격이 비교적 싼 재료로 만들어 밥상에 올렸다.

    주인은 “몇몇 눈치 빠른 손님들은 알아챘지만, 대부분 손님들은 밥상이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발품을 팔아서라도 질도 좋고 가격이 저렴한 식재료를 구입해 식단을 꾸며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서비스를 과감히 줄여라= 일식집의 최고 장점은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 음식, 이른바 ‘스끼다시’다.

    창원 상남동 한 일식집은 주메뉴의 질을 유지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서비스음식을 대폭 생략했다.

    그간 코스요리 외에도 제공되던 멍게, 개불, 굴 등 해산물과 야채 샐러드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용유와 밀가루값 상승을 보전하기 위해 튀김과 전도 식탁에 오르지 않고 있다. 한 업주는 “대신 주메뉴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 주문하는 음식에 어차피 서비스로 내놓은 음식들의 가격이 포함되는 만큼 서비스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섭섭한 눈치다. 푸짐했던(?) 밥상이 갑자기 쭈그러든 느낌을 떨칠 수 없는 모양이다.

    한 고객은 “으레 일식집을 찾을 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대를 하는 게 사실이다”며 “공짜로 제공되던 음식이 들어오지 않아 왠지 대접받지 못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 요즘엔 ‘반주’가 효자= 식재료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고급 음식점인 한정식집도 마찬가지. 비교적 채소와 육류, 수산물을 고루 내놓는 한정식의 경우 정해진 음식 수를 줄일 수 없어 이익을 줄이면서 ‘고물가’ 파고를 넘고 있다.

    경남도청 앞 A한정식. 2만5000원 받는 점심 가격을 놓고 주인과 손님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손님은 단체로 가기 때문에 음식값을 조금 깎아 줄 것을 요구했지만 주인은 2만4900원으로 ‘100원’ 깎아 준다고 할 정도.

    이 한정식집은 기본 반찬에 들어가는 파, 마늘 등 채소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자 재래시장을 찾아 한푼이라도 재료비를 줄이고 있다.

    아무리 재료비를 줄여도 음식가격에서 남는 것이 없자 이 한정식집은 ‘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점심시간의 경우 ‘소주’보다는 ‘가벼운 술’인 ‘가을국화’, ‘매실마을’ 등을 권유하고 있는 것. ‘가벼운 술’이 소주보다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마시는 양도 많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감자 한 개도 다 못넣어”= 평일 저녁 찜닭을 주문한 창원시 팔룡동 이모씨(42) 가족은 찜닭 속에서 감자를 찾았지만 손빠른 아들 혼자만 맛을 볼 수 있었다. 찜닭 속에 감자는 단 한 토막뿐이었기 때문.

    창원시 명곡동 배달음식점 B찜닭. 찜닭 한마리에 1만5000원을 받고 있지만 금액이 오르면 손님들이 줄 것이 뻔해 지난해 금액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이 음식점은 찜닭에 들어가는 감자, 당근 등 부재료를 줄이면서 원가를 낮추고 있다. 이 음식점 주인은 “지난해만 해도 찜닭에 감자 한 개 정도를 썰어 4~5토막씩 넣었지만 새해부터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그러지 못한다”며 “감자를 찾을 고객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문재· 이문재·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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