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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옥- 강지현 (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1-12-06 21: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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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몇 날 몇 시에 죽을 거야.”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지옥행 날짜를 고지 받는다. 그리고 예고된 시간에 괴물의 모습을 한 사자(使者)가 나타나 무자비한 폭행 후 그를 지옥으로 보낸다. 지옥.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 단어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옥을 미끼로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고 사람들은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종교에 의지한다. 지옥은, 아무도 실체를 모르지만 누구나 두려워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옥에 빠졌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지옥’ 이야기다. 지난달 19일 공개돼 하루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나뉘지만 세계 언론은 호평을 쏟아냈다. 미국 CNN은 “‘지옥’은 새로운 ‘오징어게임’”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10년 뒤에도 회자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드라마를 통한 한국식 현실 비판에 세계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은 넷플릭스에만 있지 않다. 죽어서만 가는 곳도 아니다. 현실 세계도 얼마든지 지옥이 될 수 있다. 교통지옥 입시지옥 전세지옥 개미지옥 등 지옥을 비유하는 말들만 봐도 그렇다. 젊은이들은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켜 ‘헬조선(hell+朝鮮)’이라 자조한다. ‘지옥’에서 신흥종교 의장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도 “혐오·폭력·집단의 광기가 난무하는 현실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연말이 다가왔다. 하지만 일상회복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또다시 ‘코로나 지옥’에 갇혔고, ‘가난의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어려운 이웃들은 절망 속에 몸부림친다. ‘마음의 지옥’에 갇히면 삶도 지옥이다. 하지만 지옥은 마음먹기에 따라 어디에나 존재할 수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이유다. 사랑이 메마르고 희망이 사라진 곳, 그곳이 진짜 지옥이니까. 지옥 같은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강지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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