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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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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1) 시즌Ⅱ 움직임 ⑥ 창원 내서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

사람·교육·문화 담아내는 ‘마을공동체 플랫폼’

  • 기사입력 : 2021-06-06 21: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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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선 내 아이만을 잘 키워선 안 되겠다는 엄마들이 의기투합해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었고, 이제는 교육공동체를 넘어 ‘마을공동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가 운영하고 있는 ‘공유카페 담다’에서 지난 20일 만난 이숙희 이사장은 ‘공유’와 ‘공동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마을을 담다는 어떻게 스스로의 힘을 키워가며 내서를 ‘사람이 살 만한 마을공동체’로 바꿔 나가고 있을까?

    2016년 학부모 모임 ‘엄마들의 수다’서 시작
    2년여 준비기간 거쳐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유카페 담다’는
    모임공간·청소년 공유식당·요리강습 활용

    지역의 다른 주민공동체와 연대해 외연 확장
    오는 22일 ‘기후위기 당장 행동’ 선언식 예정

    친환경 우수 농산물 공급 ‘마을공유냉장고’
    7일장 형태의 환경장터 ‘환장하네’도 진행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가 지난 2019년 ‘가족과 함께하는 재미있는 수학놀이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마을을 담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가 지난 2019년 ‘가족과 함께하는 재미있는 수학놀이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마을을 담다/

    ◇‘엄마들의 수다’가 마을교육공동체로= 지난 2018년 설립된 예비사회적기업인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이하 마을을 담다)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지역민들이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보육·문화를 공유하는 ‘마을공유경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과 ‘마을공유경제 플랫폼’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지역 학부모들의 모임인 ‘엄마들의 수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에서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고민을 해오던 엄마들은 지난 2016년 엄마들의 수다 모임을 시작하면서 내서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었고, 교육청 공모사업인 마을학교 사업을 진행해왔다.

    내서읍 지역은 인구가 약 7만명으로 아파트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농업지역 등으로 나눠져 있는 곳으로 초등학교 8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2곳이 있어 초·중·고등학생이 약 1만명에 이르다 보니 교육과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한 지역이다.

    이숙희 이사장은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게 잘 키우고 싶었던 엄마들 40여명이 모여 ‘엄마들의 수다’라는 이름으로 뭉쳤고, 각 테이블마다 서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후 다른 테이블로 옮겨 가서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월드카페’ 형식의 토론을 하게 된 것이 공동체의 시작이었다”며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내서를 마을교육공동체로 가꿔가고자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공유카페 담다’에서 진행한 음악회.
    ‘공유카페 담다’에서 진행한 음악회.

    ◇한계 딛고 마을공동체로= ‘엄마들의 수다’가 지난 2016년 ‘내서마을교육공동체’란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고 ‘내서마을학교’를 운영하게 됐지만, 동시에 엄마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마을학교 사업이 관(官) 중심이다 보니 좋은 사업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확장성과 지속성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체감한 순간 새로운 도약도 가능했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서 지속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스스로 묻기 시작했고,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교육과 문화를 접목한 사회적협동조합 결성으로 해답을 찾았다. 사회적협동조합 이름을 ‘마을을 담다’로 정한 것도 기존 마을학교 운영 경험에 더해 문화를 통해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조합원 9명의 의지가 오롯이 담긴 것이다.

    이 이사장은 “마을을 담다는 마을의 자연환경 등 물적 자원과 마을의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해 교육과 문화로 공동체성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숙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 이사장이 ‘공유카페 담다’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도영진 기자/
    이숙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 이사장이 ‘공유카페 담다’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도영진 기자/

    ◇사람·교육·문화를 담다= 조합은 ‘마을을 담다’라는 말 그대로 사람, 교육, 문화로 마을 공유 경제 기반을 다지고 마을을 담아내는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다. 이를 위해 조합은 마을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지역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서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역할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그 중심에는 조합이 운영하는 ‘공유카페 담다’가 있다. 공유카페 담다는 동아리모임, 독서모임, 학부모모임, 가족모임 등 다양한 지역민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대여하고 있다. 카페는 또 간편하고 건강한 한끼를 원하는 주민과 빠듯한 학원 시간 때문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한끼를 제공하는 공유식당 기능은 물론 요리강습과 음식 공유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공동체지원연대사업의 일환으로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인 함안 ‘언니네 텃밭’과 힘을 모아 생산자와 소비자를 1주일에 한 번 직접 연결해 친환경 우수 농산물을 공급하는 ‘마을공유냉장고’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더 확장해 7일장 형태의 ‘환장하네(환경을 지키는 장터하네)’도 최근 시작했다.

    여기다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동아리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내서마을학교의 거점 역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을교사 양성 프로그램 개발·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도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공유카페 담다’에서 열린 케이터링 서비스.
    ‘공유카페 담다’에서 열린 케이터링 서비스.
    수학놀이터
    수학놀이터

    ◇외연 확장 ‘시동’, 운영난 극복 ‘과제’= 사람·교육·문화를 잇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힘을 쏟은 마음을 담다는 이제 그들의 특기를 살려 다른 마을의 공동체가 자리잡을 수 있는 길잡이 역할도 시작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내서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운영방식을 컨설팅하고 연구용역에도 나선 것은 물론이고 ‘찾아가는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통해서도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커진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을자원 활용 교육 프로그램도 교육청에 제안해 위탁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을 담다는 지역사회의 다른 주민공동체와도 연대해 지속가능한 발전도 꾀하려 한다. 마을을 담다는 푸른내서주민회, 마산아이쿱생협, 경남기후환경네트워크와 함께 오는 22일 ‘기후위기 당장 행동’ 선언식을 시작으로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겪는 운영난을 극복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숙제다. 현재 마을을 담다는 조합원 9명의 출자금과 후원회원 50명이 매달 1만원씩 납부하는 후원회비, 그리고 공유카페 담다 수익금 등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이사장은 “교육과 문화로 청소년을 지원하고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일, 지역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 조합원 복지를 향상하는 일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려는 설립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실 많은 수익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며 “지역민들과 함께 사회적 경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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