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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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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8) 김해 ‘음악이 주는 선물’

‘음악이 주는 선물’은 경계 없는 소통이죠!

  • 기사입력 : 2021-05-02 21: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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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석엔 의자가 없다. 집으로 초대된 관객들은 바닥에 앉으면 그만이다. 벽에 기대든 다리를 쭉 펴든 상관없다. 연주자의 땀과 몸짓, 관객의 나지막한 숨소리까지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 음악이 주는 선물 이지현(43) 대표는 그때 본 하우스 콘서트장을 잊을 수 없었다.

    음악이 주는 선물은 부산 출신인 이 대표가 결혼 후 김해 대청동으로 오면서 2011년 문을 열었다. 대학교서 작곡을, 대학원서 공연기획을 전공하며 자연스레 음악이 주는 삶에 스며들었다.

    2011년 결혼 후 김해 이주
    대청동서 음악학원 시작
    아이의 문화 경험 위해
    4년 후 문화공간으로 운영

    서울 ‘더 하우스 콘서트’처럼
    무대와 객석 경계 없이
    오롯이 연주자와 소통하고자
    ‘하우스 콘서트’ 열어

    김해시 대청동 ‘음악이 주는 선물’ 공연장.
    김해시 대청동 ‘음악이 주는 선물’ 공연장.

    “음악이 주는 선물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바라던 느낌을 묻어내려 지은 이름이에요. 기본적인 가치라던지 목표를 상기시키기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음악을 함께하는 제자들도 그 영향을 받았으면 했거든요. 음악이 주는 선물을 지금껏 받아왔는데, 망각한 채 지나왔더라고요.”

    음악이 주는 선물은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처음엔 음악학원으로 운영했다. 문화공간이 된 건 그로부터 4년 후의 일이다. 아이에게 양질의 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다. 그러던 중 10년 전 서울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더 하우스 콘서트’ 박창수 대표의 모습을 떠올렸다. 음향 기기 하나 없는 집에서 플루트, 피아노 등 각종 악기의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무대는 그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는 것. 그간 꿈꿔온 무대를 본 순간이었다.

    “박창수 대표의 하우스 콘서트를 보며 ‘언젠가 해봐야겠다’ 오랜 시간 마음으로만 꿈꾸고 있었어요. 나만의 공간에서 연주자와 소통하는 건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감동이에요. 망설였던 이유요? 작고 누추한 공간에 연주자를 데려오기 미안하더라고요. 때마침 친한 후배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한상민이 공연을 해야겠다며 찾아왔고,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죠. 하우스 콘서트는 그렇게 실현됐어요.”

    김해시 대청동 ‘음악이 주는 선물’의 이지현 대표가 피아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해시 대청동 ‘음악이 주는 선물’의 이지현 대표가 피아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음악이 주는 선물에서 열리는 공연은 유료다. 연주자 입장에선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상한선은 만원 정도다. 코로나가 오기 전 많게는 90명 가까이 찾아왔었다. 공연을 찾는 주 관객은 엄마와 아이들. 콘서트를 보고난 후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늘 초긴장 상태였다. 그런 분위기를 융화하려 이야기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살롱문화를 만들었다.

    김해시 대청동 ‘음악이 주는 선물’.
    김해시 대청동 ‘음악이 주는 선물’.

    “음악을 전공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릴 때부터 음악을 받아들이는 삶을 가르쳐주고 싶더라고요. 하우스 콘서트를 열게 된 계기도 아이 영향이 컸죠. 아이가 중심이 된 하우스 콘서트가 많다 보니, 공연기획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부용 교수님이 기획한 어린이 공연 콘텐츠가 교과서가 됐어요. 하우스 콘서트를 다녀간 엄마들의 관심과 연주자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무대는 이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와의 콜라보에도 관심을 가졌다. 성악가와 록 보컬리스트의 만남을 주제로 세 남자 이야기 시즌 1·2를 기획했다. 하우스 콘서트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그 결실은 성악 앙상블 콘서트, 음악가 시리즈 콘서트, 온라인 예술토론, 온라인 기획 프로젝트 ‘영음’ 등 다양한 형식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더이상 관객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코로나로 일상이 멈춰 버린 탓이다. 공연은 잠시 쉬어가는 상태지만, 일정은 빈틈이 없다. 공연기획자와 작곡가 역할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JTBC 싱어게인 준우승 출신 정홍일 가수의 앨범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지역 예술인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음악이 주는 선물에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 세남자 이야기./음악이 주는 선물/
    음악이 주는 선물에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 세남자 이야기./음악이 주는 선물/

    음악이 주는 선물에서 열린 캘리그라피 퍼포먼스./음악이 주는 선물/
    음악이 주는 선물에서 열린 캘리그라피 퍼포먼스./음악이 주는 선물/

    “정홍일 선생님은 지역서 묵묵하게 음악생활을 해오신 분이에요. 2016년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었고, 그때부터 공연이 있을 때마다 기획자로 반주에 참여하고 있어요. 앨범에 수록된 ‘찰나’라는 곡도 2019년 음악이 주는 선물 4주년 때 처음 선보인 작품이에요.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의 음반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정식 발표됐죠. 서울에 올라가기 전까지 정 선생님이 레슨하던 드럼을 이곳에 옮겨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이 대표는 지난해 김해문화재단 소속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김해시 예비문화도시 지정사업 기획자로 참여, 도내 최초 법정 문화도시 선정에 기여했다. 한옥체험관에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한옥 음감회’, 아시아와 우리나라 음악을 매칭해 들려주는 ‘아시아 음감회’에도 참여했다. 김해프린지 와야문화축제 시민기획단으로 활약, 800명이 손잡고 강강술래를 하는 이색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은 김해라는 ‘지역’과 ‘예술’이 토대가 됐다.

    “사회적협동조합 김해문화네트워크서 ‘연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연어가 회귀성 동물이잖아요. 지역에 나고 자란 아티스트들이 각자 영역에서 활동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무대를 펼치는 거죠. 지역에서 꾸준히 일하시는 분들이 진짜 자원이에요. 그분들이 만드는 음악이 지역에 소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 대표는 역사 콘텐츠를 활용한 음악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원 영월문화재단이 기획한 창작오페라 ‘단종의 눈물’, ‘난고 김삿갓’ 작곡자로 위촉되기도 했다. ‘단종의 눈물’의 경우 전곡에 참여해 음원도 나온 상태다. ‘난고 김삿갓’은 5곡으로 쇼케이스를 마무리했고, 추후 보완 작업을 거쳐 선보인다.

    현재 김해문화도시센터의 도시재생 웰컴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 김해 무계의 스토리를 동화나 동요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당분간 작곡과 공연기획에 전념할 계획이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 어떤 공연이든 관객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음악이 주는 선물에 다시 선율이 흐르길 바란다.

    “처음은 제 아이 때문에, 그리고 제가 좋아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이 모든 활동을 통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고민되더라고요. 김해는 저에게 제2의 고향이잖아요. 지역에 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김해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돌아서는 길에 이 대표가 CD 한 장을 건넸다. 가수 정홍일과 함께 작업한 앨범이다. 이날 음악이 주는 선물의 무대는 열리지 않았지만, 공간엔 여전히 음악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을 선물하고자 한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었을 게다. 언젠가 CD에 담긴 음악이 이 공간에 채워질 그날이 오길 기다린다.

    글=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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