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30일 (토)
전체메뉴

미세먼지, 미세하다고 얕보지마

심장병·당뇨·피부병 악화시키는 미세먼지

  • 기사입력 : 2021-04-18 21:10:58
  •   
  • 따스한 봄이 시작됨과 동시에 올해 첫 황사와 미세먼지도 함께 찾아왔다.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의 봄날씨를 지칭하던 말이 이제는 삼한사미(삼일은 춥고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가 4일동안 이어진다)라는 말을 더 자주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보통 먼지입자 지름이 10㎛(PM 10) 이하로 떠다니는 물질을 말하며 미세먼지 중 지름이 2.5㎛(PM 2.5) 이하인 것은 초미세먼지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미세먼지가 인체에 위험한 이유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카락과 비교해보면 미세먼지는 7배, 초미세먼지는 30배가량 더 작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코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폐·장·혈관에 침투하여 호흡기질환(만성 폐쇄성 폐질환, 만성기관지염, 폐기종)을 일으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고혈압,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 당뇨, 피부질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최근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농도 높은 날 심혈관 환자 증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호흡기질환 입원 환자가 11% 늘어난다.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조사한 급성심정지 2만1509건 중 당일 초미세먼지 농도와 함께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수록 급성심정지 발생률이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50㎍/㎥ 이상인 날은 10㎍/㎥ 이하인 날에 비해 급성심정지 발생률이 13%나 높았다. 이를 통해 공기중에 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사망자가 4.4% 늘어나고 미세먼지 농도가 350㎍/㎥까지 올라가면 사망자가 13.2% 증가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15명에서 130명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이처럼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자율신경계의 교란을 말한다.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김민웅 교수는 “자율신경계는 신체기능의 밸런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체내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키게 한다”며 “연구결과에도 심근경색증이 나타난 환자의 신체상태와 미세먼지에 다량 노출된 신체는 거의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고혈압·심혈관질환·당뇨·피부질환에도 영향 끼쳐
    미세먼지 농도 높은 날 심혈관질환 입원 환자 증가

    고혈압·당뇨 환자 등 만성질환 수치 높게 나타나
    피부에 자주 노출될 경우 잡티 등 색소성 병변 늘어

    만성질환자는 미세먼지 그쳐도 3일간 몸 변화 유의
    평소와 다른 증상 보이면 전문의 찾아 진단받아야


    ◇혈압과 혈당 수치도 높아진다

    미세먼지는 혈압과 혈당수치도 높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환자들 중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수치가 더 악화되는데, 국내 한 지역 보건소에서 주민들의 혈압, 혈당자료 26만4000건을 분석한 바, 60세 이상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갈 때마다 혈압은 평균 1.32배, 혈당도 1.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당뇨갑상선센터 이경석 교수도 “미세먼지에 의한 신체 내 염증수치가 높아지면서 인슐린 저항성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PM2.5에 짧은 기간 노출돼도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공복혈당·공복인슐린이 높아지며 이상지혈증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피부로도 유입되는 중금속 성분

    미세먼지가 피부에 끼치는 영향은 그동안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부에 잡티 등 색소성 병변을 증가시키며, 피부 노화를 앞당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는 표피 장벽기능을 손상시키고, 이에 따라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들에서도 확인됐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피부성형센터 이정기 교수는 “피부 장벽이 손상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나 황사에 노출되면 손상이 악화되고 염증세포를 자극해 자극성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질 수 있다”며 소아를 비롯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노출됐다면 기저질환 살펴봐야

    미세먼지에 불가피하게 노출됐을 때에는 질환별로 주의 깊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소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들은 미세먼지가 그치더라도 3일간은 자기 몸의 변화에 유의해야 하는데, 이 기간 중에 부정맥이나 두근거림,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평소와 다르다면 즉시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와 검사를 받아 심장과 심혈관계에 기저질환이 악화되었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주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평소처럼 식단과 약물을 복용함에도 혈당수치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정밀검사나 추가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내분비대사내과를 방문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얼굴이 따갑거나 가려운 경우, 모공 입구에 노폐물 등 피지가 쌓이고 모공이 넓어지거나 미세먼지가 상처에 침투해 염증이 심해져 종기, 여드름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자가처치나 방치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최대한 노출 줄이고, 씻을 때는 꼼꼼히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 명의 전문의들은 모두 ‘최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세먼지는 이제 한시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셈. 그렇다면 전문의들이 조언한 미세먼지로부터 노출을 줄이는 방법은 ①마스크를 착용해 호흡기로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며 장기간 동일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②긴팔과 손수건 등으로 최대한 피부접촉을 줄이고 외출 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서 피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좋으며,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준다. ③외출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해서 피부에 남아 있는 노폐물, 황사, 미세먼지를 잘 씻어 내는 것이 좋다.

    다만 과도한 세척, 너무 잦은 세척은 오히려 피부 장벽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약산성 클렌저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씻어내는 것을 권한다. 또한 충분한 수분섭취와 코와 목의 청결함을 유지해주는 것도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봄철 감기예방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고운 기자

    도움말=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심혈관센터 김민웅 교수·당뇨갑상선센터 이경석 교수·피부성형센터 이정기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