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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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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김려와 정상복- 박옥순(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04-18 20: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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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자산어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의 이준익 감독 작품이라 했다. 정약전의 실학서적 ‘자산어보’를 담은 내용이리라. 그런데 내게는 왜 ‘우해이어보’가 아니라 ‘자산어보’였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해이어보’는 ‘자산어보’보다 11년 앞서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어패류 도감이다. 시기도 앞섰지만 그 시대 실학자인 정약전보다는, 이제 와 더욱 각광받는 인문학자 김려(1766~1821)의 인생 궤적이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게다가 우해이어보는 우리지역(‘우해’는 당시 鎭海(진해)로, 지금의 마산합포구 진동지역)을 배경으로 했으니, 내심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이해하고도 남는 구석이 있다. 정약전의 동생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유명세,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을 즐겨 등장시키는 감독의 스타일(‘자산어보’는 사실상 저자가 두 명이다)이 ‘자산어보’를 택하게 했으리라.

    생물학 도감인 자산어보에 비해 우해이어보는 어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요리법까지 곁들이는가 하면,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의 삶도 담겨 있다. 물고기를 소재로 한 시 39편도 함께 수록했는데 여기에는 어촌의 일상과 어민, 특히 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다.

    김려가 진동 고현, 진전 창포만을 담았다면, 140여 년 후의 화가 정상복(1912~1997)은 진전 시락, 소포마을에 일화를 갖고 있다. 경남미술 1세대 화가로 수채화의 정점에 서 있는 그는 당시 드물지 않게 결핵을 앓고 있던 터라 결핵에 좋다는 굴 양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 굴양식인 송지식에서 지금의 수하식을 개발해 성공하는 데 이른다. 지금처럼 씨알이 굵고 영양분이 많은 굴 생산은 이 분 덕분이다. 그리고 마산은 또 ‘결핵문학’의 산실 아니던가.

    마산 진전 바닷가가 품은, 문·무를 겸비한 인문학자 김려와 정상복, 무언가 벌써 이야기가 스멀스멀 솟지 않는가? 이준익 감독이 정약전보다 김려와 정상복을 먼저 만났다면 이달 ‘우해이어보’가 극장마다 걸렸으리라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박옥순(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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