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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건 문의 이제 안 돼요- 김규태(창원중부서 신촌파출소 경위)

  • 기사입력 : 2021-04-18 20: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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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서 근무하는 ○○인데 ○○사건 어떻게 돼가냐?” 과거 형사과 근무 시절 다른 부서 직원들로부터 이런 전화를 종종 받았다. 개인적인 친분도 친분이지만 직장 내 수직적인 관계에서 이런 질문에 냉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과 민원인 사이는 물론 경찰끼리도 본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일절 문의하지 못하도록 바뀌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사건문의 금지’ 지침에 따른 건데, 전·현직 경찰이 담당 수사관이나 부서 동료에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묻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단순한 사건 문의도 청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관련 문의는 묻는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사건 처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고 청탁이나 수사 정보 유출로 이어지는 부패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경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민원인이 사건 진행 상황을 개별적으로 물어온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걸 충분히 설명하고 수사나 해당 경찰서 청문 부서로 안내해야 한다. 민원인이 사건담당자에 대한 불만이나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청문 부서를 통해 수사관 기피제도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해당 관서로 직접 신청할 것을 알려줘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때는 문의자와 함께 사건담당자는 직무 고발이나 중징계를 한다는 것이 경찰청의 방침이다. 이른바 ‘부패 원 스트라이트 아웃제’가 적용되는데, 공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건 관련 문의를 받은 수사관은 경찰 내부 청탁 신문고에 어디 소속의 누가 연락했는지 즉시 신고하도록 했고, 청문 부서는 신고를 접수한 즉시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징계 조치하도록 했다. 지침 위반자는 수사 부서 보직도 제한된다.

    경찰 내부의 이런 지침은 사실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1년에 내부 사건 문의를 청문감사관실로 일원화했다. 그럼에도 청문감사관실을 거치지 않은 사건 문의가 이어져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 하지만 최근 경찰 안팎의 상황은 다르다. 수사권 개혁을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도입 등 제2의 경찰 창설로 평가될 만큼 경찰 안팎의 개혁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은 예리한 눈빛으로 경찰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수사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사건 문의 금지’ 지침을 지킴으로써 부패 요인을 선제적으로 예방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주변 여건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흉내가 되어서도 안 된다. 개혁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커진 만큼 청탁과 유착이라는 단어로부터 멀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경찰 내부 문화를 차츰 바꾸어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사건 관련 문의, 하지도 받지도 말자.

    김규태 (창원중부서 신촌파출소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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