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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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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정당정치의 실종-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 기사입력 : 2021-04-13 2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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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 사회 시간에 정당정치에 대해 처음 배운 기억이 있다. 정당정치란 뜻과 철학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고 집권을 목표로 한다라고. 어린 생각에 집권이란 단어가 참 생경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정치가 안정되지 않고 경제가 발전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진 건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정치가 안정되어 있어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혐오하고 싶지만 정치의 발전이나 안정 없이 민생의 안정은 없기에 정치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정당 정치가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다수당의 대표가 국가의 대표가 되니 정당 정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젠가 뉴스를 보니 독일 총선 후 압도적 다수당이 되지 못한 집권당은 연정을 구성한 후 며칠 동안 양당의 지도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고 민주주의가 저런 게 아닐까 느낀 적이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타협이지 고집이 아니지 아닐까?

    대통령 중심제를 하는 나라의 대표 주자는 미국이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니. 선거인단을 뽑아 실제 득표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적이 최근에만 해도 부시 트럼프의 예가 있고, 승자독식이라 선거운동을 스윙 보트 주에만 하는 이상한 현상이 생겨도 제도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좀 이상해 보이는 미국 제도에서도 정당 정치는 굳건하다. 민주당 공화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후보가 되려는 노력을 하고 그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당이 너무 자주 이름을 바꾸니 이름조차 헷갈린다. 그리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안철수·오세훈 두 사람이 단일화하는데 국민여론조사로 결정했다. 당이 다른 두 사람이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게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하물며 야당은 당내 후보를 정하는 것도 거의 국민여론조사로 하고 있다. 여당은 당원 의견이 반 정도 반영되니 좀 낫다고 해야 되나? 여론조사의 시작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아닐까? 결국 여도 야도 비슷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한다. 결국 우리 정치는 정당을 중심으로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고 사람을 중심으로 정당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당이나 정치를 오래 하지 않는 사람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져 선거에서 유리하니 이해는 간다. 정치는 선거를 이겨서 정권을 잡는 거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선거 중 여당의 중진 의원께서 특정 지역은 인물이 아니고 정당을 보고 투표해서 지역 발전이 안된다고 하셨다. 사람이 중심인 우리 정치가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매우 많다. 왜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선전국들은 정당 중심의 정치를 하겠는가? 많은 심리학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틀릴 수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경험이 지닌 한계를 명백히 인식한 사람이었다. 사람의 경험은 지극히 편파적이어서 자기 자신도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기가 힘들다. 진성 당원들이 자기 철학을 구현해줄 인물을 후보로 뽑지 않고 여론조사에만 의존하면 국가와 각자 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뭐가 필요할지의 고민은 없고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서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는 토론을 통해 자기 의견을 표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상대의 좋은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우리 정치인들이 토론에 유난히 약한 건 정당 정치의 부재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정당에 참여하여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훈련을 쌓아온 서구의 정치인들은 토론에 매우 능하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정치를 하려면 정당 내 좋은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를 후보로 내세워 우리의 철학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하여 정권을 창출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시스템이 사람에 의존하는 시스템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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