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지방위기 해결, 뜨거운 공감능력으로- 이영(창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1-04-06 20:33:03
  •   

  • 오늘은 4·7 재보궐선거일이다. 여야 모두 오늘 이후부턴 대선정국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입장에선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이 대선 공약화되길 바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각 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한 지역정책 아젠더들을 모아 대선 공약으로 정리할 것이다. 앞으로 수개월 내 이루어질 과정들이다. 하지만 대선공약은 ‘지역 민심 달래기’ 정책들로 구성되어선 안 된다. 내년에 선출될 대통령이 5년간 추진할 정책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 방향에 맞춰 제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정책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 요구된다.

    지난 40여 년간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최대 집적지였던 창원국가산단은 고도의 국가 경제성장과 신 산업화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동남권 기계산업 벨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기계산업의 침체로 창원 제조업도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 관련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올해 2월 창원국가산단은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AI기반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탈바꿈할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산업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프라, R&D, 금융, 인력 등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을 혁신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창조적 성향을 지닌 인재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역특화 단지로 지정되어도, 우수한 전문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현재 창원의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의 규모와 상관없이 비 수도권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이로 인해 지방도시에서는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를 이미 경험한 국가들에서는 감소 당시에는 실업률이 높으나,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인력난을 겪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방의 노동력 감소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대선 공약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창원은 지역 산업과 연계된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창원의 신 성장동력 산업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관련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대학뿐만 아니라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창원 관내 위치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과 지역 내 대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산·학·연·민·관 협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인재 양성 문제를 지역의 인구 정책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는 국가 전체의 효율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도권에 살면서 지역의 어려움을 귀로 전해 듣기만 하고 공감력은 떨어지는 정치인들은 지역이 당면한 어려운 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산업 진흥 정책은 지역 인재 양성 정책과 같이 추진되어야 하며, 이는 지역이 처한 위기에 대한 깊은 공감 속에서 마련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흔히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이성과 감성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뇌과학자 안토니오 R.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높은 수준의 판단력은 감정이 풍부할수록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역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뜨거운 공감 능력으로 지역의 현안을 바라봐야지만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인재 양성, 나아가 지역 소멸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영(창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