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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중물-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2-25 20: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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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수도가 설치되기 전인 과거에는 재래식 수도 시설인 수동 물펌프나 우물을 주로 사용했다. 수동 물펌프로 지하에 고인 물을 처음 끌어올리려면 펌프질하기 전에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한데 이때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 불렀다. 펌프에 물이 빠져서 지하의 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때에도 이 물은 필요했다.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한다는 뜻의 ‘마중’이란 단어처럼 마중물 역시 맞이하는 물이다.

    ▼마중물은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자신의 경제 이론에 쓴 용어다. 그는 저축이 개인적으로 미덕이지만 소비를 줄이고,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생산과 고용이 감소한다는 ‘저축의 역설’로 유명하다. 그는 대공황으로 시장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국가가 재정이라는 마중물(priming the pump)을 부어 수요를 창출하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치유책을 주장했다.

    ▼마중물은 경제학에서 정부가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려 경제에 돈을 투입(재정 지출·인프라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거시적 경제흐름에서 불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 즉 정부 역할의 중요성과 맥을 같이한다.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와 나누는, 분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남 도정의 역할과 방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경남 산업 구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서다.

    ▼김경수 도정 출범 이후 경남에는 재료연구소 원 승격을 비롯해 자동차연구원, 전자기술연구원, 김해 NHN 데이터센터 유치와 함께 창원·김해·진주 강소연구특구와 창원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등이 이뤄졌다. 단순 제조업에서 연구·개발(R&D) 중심인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의 구조 개편을 위한 ‘마중물’이란 평가다. 한 바가지의 물인 마중물로 물줄기가 쏟아지듯, 경남 주력 산업의 질적 변화가 알찬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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