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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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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임금님표 이천쌀의 ‘독립선언’

우리 쌀이 좋은 쌀이여~ 국내 개발 ‘해들’·‘알찬미’
우리 맛이 좋은 맛이여~ 외래 품종 능가 ‘최고밥맛’

  • 기사입력 : 2021-01-29 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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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쌀로 ‘독립’을 선언합니다. ‘해들’과 ‘알찬미’ 만세!”

    엄태준 이천시장이 2019년 2월20일 호법면 모내기 현장에서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임금님표 이천쌀은 완전 우리 품종입니다”라며 이천쌀 독립 원년을 선포하며 참석자들과 함께 기쁨의 만세 삼창을 외치며 한 말이다.

    예로부터 쌀은 결실과 풍요의 상징으로 불리며 중요한 곡식으로 대접받았다. 그 가치가 얼마나 귀했는지 쌀은 양식을 넘어 화폐로 통용되며 물물교환의 수단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쌀은 더없이 귀중한 식량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우리에게 소중한 양식이자 상징으로 자리해온 쌀이지만 그동안 우리 밥상을 점령하고 있던 것은 주로 일본에서 넘어온 외래 품종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대표 쌀 브랜드를 자랑하는 ‘임금님표 이천쌀’조차 대부분 일본 품종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였다.

    이에 이천시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외래 품종에서 벗어나 진정한 우리 품종으로의 독립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천 쌀 ‘해들’ 품종의 벼가 수확을 앞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석재우 지도사/
    이천 쌀 ‘해들’ 품종의 벼가 수확을 앞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석재우 지도사/

    ◇ 일본품종에 잠식된 국내 최고 이천쌀의 변신

    이천쌀은 옛날부터 임금님께 진상했던 전국 최고 품질의 쌀 생산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조선 성종 실록에 보면 1490년 성종 임금이 세종대왕릉에 성묘 후 환궁할 때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쌀로 지은 밥을 진상했다는 기록과 1825년 간행된 조선시대 농서 행포지에 이천에서 생산한 쌀이 좋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맛과 품질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이천지역은 삶에 이로운 물이 많은 고장으로 분지형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외부 오염 유입이 없는 고장이며 일조량과 일조시간이 많아 완전미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춰 맛있는 쌀 생산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임금님표 이천쌀은 추청(아키바레·만생종 ), 고시히카리(조생종) 등 일본 벼 품종이 주를 이뤄왔다. 이에 엄태준 시장은 2018년 이천쌀 독립 원년을 선포하고 2022년까지 5년간 단계별로 임금님표 이천쌀 품종대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일본 품종이 잠식하고 있는 우리 쌀 시장의 독립을 꿈꾸며 개발·보급된 우리 벼, 우리 품종이 ‘해들’(조생종)과 ‘알찬미’(중생종)다.

    지난해 7월 이천시 호법면 하우스 시범단지에서 해들 품종 벼를 첫 수확하며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이천시 /
    지난해 7월 이천시 호법면 하우스 시범단지에서 해들 품종 벼를 첫 수확하며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이천시/

    ◇ 이천시 특화 맞춤형 벼 품종 개발에 성공

    ‘해들’과 ‘알찬미’의 개발은 밥맛 좋은 국내 육성품종으로 교체를 위한 이천시의 오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천시는 대한민국 대표 쌀 브랜드로 성장한 ‘임금님표 이천쌀’의 외래 품종 사용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며 이를 대체할 우수한 우리 품종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쏟아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 입맛에 익숙하고 품질 또한 우수한 일본 품종을 대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천시는 국내 육성품종 개발을 위해 2016년 4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협중앙회 이천시지부와 ‘이천벼 품종개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고 ‘이천시 특화 맞춤형 품종 개발’에 착수해 이천시의 숙원사업인 국내육성품종 대체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내 최초로 이뤄진 ‘수요자 참여 벼 품종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포장 평가, 품질 평가, 밥맛 평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노력한 끝에 2017년 조생종 ‘해들’과 2018년 중생종 ‘알찬미’ 개발에 성공, 2018년 ‘해들’과 2019년 ‘알찬미’를 출원하고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권을 등록했다.

    이천쌀 사진10) 지난해 수확한 해들미의 원료곡 품질을 검사하는 농업기술센터 정현숙 과장. /이천시 제공/
    지난해 수확한 해들미의 원료곡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 ‘해들’과 ‘알찬미’, 각종 평가에서 일본품종 압도

    ‘해들’은 기존 조생종인 고시히카리에 비해 쓰러짐과 병해에 강하고 쌀 수량은 조기재배 기준으로 10a당 564㎏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우수성을 가진 품종이다.

    밥맛은 조생종이지만 중만생종 수준으로 극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 개발에서 소비자 평가단을 통해 식미검정을 한 결과 평가단의 48%가 ‘해들’의 밥맛을 최고로 평가했다. 반면 함께 테스트받은 고시히카리는 29%에 그쳤다.

    이처럼 이천시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첫 국산 품종 ‘해들’은 밥맛과 수발아 등의 재배 안정성이 우수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품종으로 외래 품종을 능가하는 품질로 평가받았다.

    또 ‘알찬미’는 현재 밥맛이 뛰어나 명품 쌀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 벼 품종인 ‘추청’(아끼바레)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맛으로 국산 벼 품종의 독립을 앞당긴 우리 품종이다. ‘알찬미’는 중만생종인 ‘추청’보다 쓰러짐에 매우 강하고 쌀알은 심복백이 없어 맑고 깨끗하다. 극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알찬미’의 밥맛은 중생종에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일품이다.

    특히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소비자 평가단이 식미 검정을 한 결과 45%가 ‘알찬미’의 밥맛이 좋다고 꼽아 2%를 차지한 ‘추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밥맛과 병 저항성 등의 재배 안정성이 우수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품종으로 이천 관내 벼 재배에서 외래 품종을 대체할 최적의 벼 품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우리 품종의 임님님표 이천쌀 해들과 알찬미. /이천시/
    지난해 출시된 우리 품종의 임금님표 이천쌀 해들과 알찬미. /이천시/

    ◇ 2022년이면 임금님표 이천쌀의 종자독립 마무리

    이천시는 2019년 1월 고품질 ‘해들’ 생산 시범단지를 신둔, 호법, 마장 3개 농협과 이천 남부농협 쌀 조합 공동사업법인에서 운영해 9월 마장면 이평리를 시작으로 총 131㏊에서 550t의 해들을 수확했다. 이와 함께 수확한 ‘해들’은 임금님표 이천쌀 ‘해들’이란 이름으로 판매했으며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출시 행사를 열고 ‘해들’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썼다.

    또 2020년에는 ‘해들’ 명품 쌀 단지 1020㏊와 중생종인 ‘알찬미 ’시범재배 단지 947㏊ 조성 등 농협과의 총 계약재배면적 7500㏊ 중 26%를 ‘해들’과 ‘알찬미’로 대체했으며 재배면적을 순차적으로 늘려 가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2년이면 이천시 총 계약재배면적 7500㏊ 논 전부에서 일본 벼 품종이 퇴출되고 국내 품종인 ‘해들’과 ‘알찬미’로 대체돼 이천쌀 독립이 실현된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2022년까지 국내육성품종 ‘해들’과 ‘알찬미’가 이천시 계약재배면적 전체에서 임금님표 이천쌀의 원료곡으로 100% 대체되면 이천쌀의 완전 독립이 실현된다”며 “대한민국 대표 쌀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쌀을 중심으로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품종인 ‘해들’과 ‘알찬미’가 대한민국의 쌀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일보= 서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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