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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사회적 경제를 위하여-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1-01-27 2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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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 국가 외환위기. 이어진 살인적인 금리와 대량 실업, 노숙자와 자살의 급증. 그 피눈물 나던 시절 도시 빈민 운동, 노동 운동을 하던 시민 사회 활동가들이 ‘실업 극복 국민운동’을 주도했다. 정부가 국가 부채를 갚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을 했다면 삶의 현장에서는 대량 실직과 가정 파탄 등 주류 경제가 망쳐 놓은 사회를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친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그 유래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외환위기를 탈출했다. 주류 사회와 언론은 금 모으기를 통한 외환위기 극복을 강조한다. 하지만 바닥에서는 정부 경제 정책 실패와 자본으로부터 버림받은 실업자, 노숙자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땀을 섞어가며 생존한 사람, 조직들이 있었다. 실업 극복 운동 그리고 그 피와 정신을 이어받은 자활협회, 자활센터 등으로 바로 그들이고 지금도 그 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아울러 주류 경제에서 배제된 노동자 고용, 노인과 장애인 등에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소를 하고 집을 수리하는 자활 기업, 사회적 기업이 그 전통에 서 있다.

    문민정부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을 촉진하기 위해 단체 급식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학교 급식은 초등학교 전체로 확산되었다. 이후 2002년, 중학교도 의무 교육이 되면서 학교 급식도 더욱 제도화되었다. 그런데 제도화된 급식이 기업의 상업화와 결탁하자 ‘저질 식재료 사용, 급식에서 이물질 발견, 납품 업체와 학교의 비리’라는 부패한 배설물 쏟아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친환경 농산물 학교 급식 운동이다.

    급식 운동의 요구는 급식 정보 공개, 직영 급식으로 전환, 안전한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 식자재 사용 등이었다. 주류 언론, 급식 자본 기업, 정부 관료, 곡물 메이저 등은 WTO협정 위반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많은 지역에서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해 농업과 환경을 지키고 무상 급식까지 진행하여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이 급식 운동 조직의 핵심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농업 관련 단체들이었다. 즉, 사회적 경제 기업, 조직이 중심에 있었다. 이 뿐인가? 지역 아동센터는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전국 곳곳에서 아동 돌봄 활동을 헌신적으로 하고 있다. 위 사례들은 바로 현재 우리 사회,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너무나 절실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조직들이고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는 사업들이다. 만약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가 왔다면 어땠을까? 아비규환이었을 것이다.

    반대로 사회적 경제가 크게 활성화되어 있었다면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취약 계층, 맞벌이 가정, 장애인과 노인 등이 삶이 덜 힘들지 않을까? 나아가 슈퍼마켓, 시장 상인들이 개별 자영업이 아니라 슈퍼마켓 협동조합을 만들어 연대하고 협력하는 조직을 하고 공제를 하고 있었으면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주류 경제는 기업의 성장, 이윤 추구에는 좋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부작용들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사회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사회적 경제는 사회통합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사각지대를 돌아본다. 국가가 경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위한 사회가 되도록 등대 역할을 한다. 즉, ‘주류 경제, 사회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때로는 대안 사회, 경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앞의 사례와 같이 사회적 경제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정책,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잘 키워야 한다. 그동안 경제 관련 법들이 사회적 경제 기업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제 국회에 올라가 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조금씩 맞추는 법이자 사회적 경제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잘 자라게 격려하는 제도이고 토양이다. 그래서 제정되어야 한다.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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