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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폭탄이 될 수도 있는 가짜뉴스, 어떻게 극복할까- 김광기(인제대 보건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21-01-12 2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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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가짜뉴스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가짜뉴스가 처음 사회적으로 쟁점화된 것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이었고 가짜뉴스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2020년 선거이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 의도적인 부정이 개입되었기 때문에 선거 자체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가짜뉴스 때문에 시민들이 폭도로 변해 의사당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미국인만 놀란 것이 아니라 세계가 모두 놀란 일이고 가짜뉴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 사건이다.

    가짜뉴스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뉴스 기사 형식으로 유포하는 전략적이고 기만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가짜뉴스 내용에는 그 자체가 허위이기 때문에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도 없고 공정하거나 균형된 관점이 녹아 있지도 않다. 오히려 특정 집단의 이득을 위해 목적 달성에 장애가 되는 집단이나 대상에 대한 무시, 불신, 혐오, 차별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정보가 공개 유통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런 왜곡 확산이 가능한 것인가? 우리 인간은 확증편향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것이 확증편향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신뢰하여 수용하는 반면에 기존의 믿음과 합치하지 않는 정보는 근거가 약하다고 치부하거나 아예 믿지 않는다. 이런 확증편향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교육수준이 낮거나 전문성이 낮은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 의사, 교수, 정치인 등과 같이 학식이 높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들이 가짜뉴스를 수용할 가능성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7배나 높다고 한다. 이런 집단의 사람들은 과거의 영광과 전문성 때문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

    가짜뉴스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된다. 이런 플랫폼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검색엔진을 통해 이용자가 평소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정하여 보내주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특정 주제를 자주 검색하였다면 이후 그에 관련된 영상들을 추천받게 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한쪽에 쏠린 편향된 내용의 기사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후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나 토론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더 동조하게 된다. 이제 다른 관점을 가진 친구나 정보를 접하는 것(가짜뉴스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불쾌한 일이 된다. 그렇게 한쪽으로 편향된 생각은 확고한 믿음이 된다.

    어떻게 하면 가짜뉴스에 속지 않고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정보의 진실성을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다시 확인(cross-check)해 보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정치적 이슈에 관한 것이라면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소위 ‘조중동’ 기사만 볼 것이 아니라 ‘한경오’ 기사도 함께 보는 식이다. 그래야 쟁점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왜곡된 판단을 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내 생각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하는 열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역으로, 본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누구이건(교육, 정치, 사회, 종교계의 유명한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확증편향 심리에 빠진 주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의 주장은 검증한 다음 판단하여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꼭두각시가 아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출처나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를 어디에서 복사한 다음 SNS에 공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행동도 주의하여야 한다.

    김광기(인제대 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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