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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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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생과 조삼모사-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1-01-11 2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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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에 붕(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바다에 길이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는 큰 물고기가 사는데 이름이 곤(鯤)이라 한다. 어느 날 곤이 큰 새로 변하는데 이 새가 붕이다. 붕은 태풍을 타고 날아 남극 바다까지 날아가는데 그곳이 천지(天地)다. 붕의 모습을 보고 하루살이와 작은 새들은 왜 그렇게 멀리까지 날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리오’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정치면 기사를 읽으며 쉽게 인상을 찡그리고, 운전 중 누가 끼어들기만 해도 험한 말이 나온다.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마음은 풍요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잘 아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도 있다.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화를 낸다. 이번에는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좋아했다. 숫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원숭이들은 그걸 모른다. 왜? 지금, 현재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삼모사는 우리에게 인생을 전체적으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지금 불행처럼 보이는 것도 멀리 보면 행운일 수 있고, 지금 행운이 미래의 고통을 낳을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화를 내기도 하고, 신나기도 한다.

    젊음은 좋은 것이다. 열정으로 도전하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좌절의 괴로움과 실연의 아픔이 있다. 늙음은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쉼과 여유를 얻는다. 세상에 나쁜 것은 없다. 멀리 보면 인생이 괴롭지 않다.

    어느 날 장자가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고 보니 나비가 아닌 장자였다.

    문득 자신이 나비인지 장자인지 헷갈렸다. 꿈을 통해 장자는 꿈과 현실의 구분이 애매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렇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다. 크게 보면 한바탕 꿈인데 너무 작은 것, 지금과 현실에서만 보지 말자. 멀리 높이 보면 큰일도 사소한 것이 된다. 코로나19가 고통스럽지만 이겨내면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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