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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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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글씨콘서트 무대 위의 서예- 윤영미(서예가)

  • 기사입력 : 2021-01-10 19: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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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조들의 일상예술이 2021년에도 그대로다.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치고, 붓을 중봉(中鋒)으로 잡는다. 이 시대 서예는 어떤 포지션이 필요할까. 서예가는 2019년 한글날, 한글서예를 당당하게 무대 위로 올렸다.

    대공연장 무대 전체에 모포를 깔고 음향과 조명 그리고 영상이 돌아갔다. 가야금 연주에 훈민정음 서문을 쓰며 무대가 열린다. 서예가의 작업과 중국에서의 글씨버스킹 그리고 수제도장 800여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했다. 물론 잔잔하게 깔리는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는 글씨콘서트의 덤이다.

    아버지를 소재로 쓴 서예가의 자전에세이 ‘일흔아홉의 택시드라이버’가 한 컷씩 무대화면에 띄워지고 서예가는 낭송을 했다. 관객들은 눈으로 글씨를 감상하며 눈가는 촉촉했다. 서예가는 긴 천에 글씨를 써 내려갔고 춤꾼은 그 천을 들고 춤사위를 선사했다. 이어 대형 천이 깔리고 두 명의 서예가가 아리랑 연주에 맞춰 큰 붓을 들고 조명 아래에서 글씨퍼포먼스를 펼친다. 관객 속에서 걸어 나오는 가수의 ‘낭만에 대하여’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미리 준비해 놓은 200여개의 아름다운 우리말이 여러 글씨체로 관중석에서 펼쳐진다. “넌 멋져” “힘 내” “당신이 있어 행운이야”…. 글귀들을 들고 관객들은 모두가 행복해 했다.

    마지막 피날레를 서예가 넷이서 끝없이 풀어지는 종이두루마리에 글씨를 쓰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글씨를 파도처럼 뒤로 넘긴다. 이렇게 글씨콘서트는 두 시간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전시되는 평면서예를 입체적인 공연서예로 보여주고 싶었다. 많은 대중들이 보고 느끼고 함께 즐기는 서예를 하고 싶다. 글씨는 토크콘서트로도 최고의 문화콘텐츠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서예란 정적인 영역에 갇힌 한낱 시각적 장식이나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나의 관념을 깨어준 것이 글씨콘서트였다”는 어느 남자의 고백이 고맙다. 여섯 번의 글씨콘서트를 하고 코로나19를 마주했다. 하수상한 시절이 지나면, 나는 여전히 한손에 붓을 다른 한손에 마이크를 잡고 글씨콘서트 무대에 서 있을 것이다.

    윤영미(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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