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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통영 성동조선 복직노동자의 희망가-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21-01-07 2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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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벽두 통영 HSG성동조선에서 희망의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장기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노동자들이 지난 4일 모두 복직했다는 소식이다. 복직 노동자 260여명은 이날 2년 하고도 4개월 만에 그리운 야드를 다시 밟았다.

    HSG성동조선의 전신은 성동조선해양이다. 지난 2003년 1월 설립된 성동조선해양은 이듬해 신조선 시장에 뛰어들자마자 그해에만 9만2000t급 벌크선 8척을 수주하는 저력을 과시하며 조선업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성동조선해양은 모든 건조과정을 육상에서 해결하는 공법으로 이름을 날린 조선소였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육상건조를 주력 건조공법으로 채택해 모든 야드가 이에 맞춰 설계된 세계 유일의 조선소다. 2006년에 육상에서 건조된 선박을 종으로 이동시키는 공법을 개발했고 2008년에는 횡으로 이동시키는 공법을 개발했다. 아파트보다 큰 거대 역삼각형 구조물을 넘어뜨리지 않고 옮기는 장면만으로도 성동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조선업계는 성동조선해양을 ‘육상건조의 신화’라고 불렀다.

    그러나 성동조선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이 올라가면 무한대의 손실을 입는 금융상품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매출 1조원이던 2009년, 금융상품 평가손실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천문학적 피해를 입었고, 이후 불어닥친 수주물량 급감과 중국과의 경쟁, 그에 따른 저가수주 등 조선업 불황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한때 협력사까지 포함해 1만여명이 일하던 성동조선해양의 야드는 2018년 법정관리와 함께 ‘텅’ 비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직영 노동자 650여명은 무급휴직을 받고 일터를 떠났다.

    이들 대부분은 당장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젊은 가장이었다. 울산, 창원, 거제 등 객지에서 가족을 떠나 하청업체 노동자로, 혹은 물량팀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성동조선해양의 새로운 경영진은 대형 조선소에서 생산 관리와 영업 전문가를 영입하고 해양 플랜트와 풍력 구조물, 조선 블록 수주에 주력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성동조선의 모든 노동자들이 복직한 이날, 회사는 ‘상생’이라는 단어를 말했고 노조도 ‘상생’이라는 단어로 화답했다. HSG성동조선으로 다시 태어난 이 조선소가 노동자들의 탄탄한 일터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다행히도 새해 시작부터 우리나라 조선소들의 수주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그동안 바닥이던 조선경기도 올해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축년 올해는 출발이 좋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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