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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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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가 받은 ‘유공 시민표창’의 의미-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1-01-06 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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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고, 직장은 어디인지, 부모님 고향은 어디인지 등을 묻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얻으면 그 사람에 대해 이제 좀 알게 되었다는 일종의 정신적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한 인간이 자리한 물리적 좌표(where)가 그 사람의 정체성 등 많은 것을 규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적을 두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은 경남 창원에 본원을 두고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국책연구기관의 정체성과 특성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간적 자리잡음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대덕특구에 밀집한 타 과학기술 분야 연구원과는 달리, KERI는 1976년부터 경남 창원에 자리 잡은 가장 오래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하나다. 창원시 불모산 자락에 터를 잡고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전기분야 첨단기술 개발 및 기술이전을 통한 산업 활성화, 전력기기 시험인증 사업을 통한 기업 수출 지원, 벤처기업 육성 및 지역 과학문화 저변 확산 활동 등을 통해 창원국가산단 40여년 역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필자는 2001년 한국전기연구원에 입사하여 창원국가산단의 찬란한 전성기와 최근의 침체를 지켜보았다. 요새 창원 경제는 확실히 전성기만 못하다. 최근의 위기에는 기계, 조선 등 전통 산업의 위기와 인구감소, 중국의 부상, 일본의 견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창원에 직장을 둔 나에게는 특히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이 느낌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 듯, “창원경제의 반등을 위해 KERI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 최규하 원장님을 위시해서 KERI 전 구성원의 집단적 고민이 되었고, 이것이 곧 조직의 핵심 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

    필자는 최근 창원시 유공시민 표창을 받았다. 솔직히 얼떨떨했다. 유공시민 표창은 사회단체나 봉사자, 기업인 등 창원시에 혁혁한 공적이 있는 사람들이나 받는 줄 알았다. 물리학을 전공한 연구자에게 이러한 상이 주어진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KERI와 창원시가 함께 하는 사업에 전략정책부장이라는 직함으로 이것저것 관여하기는 했다. 작년에 캐나다 워털루대학과 함께 ‘창원인공지능연구센터’를 개소시켰고, ‘HVDC(초고압 직류전송)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 사업’ 유치도 이루었다. ‘창원 강소연구개발특구’ 관련 사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허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아하! 이제 이 상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건 그간의 공적으로 받았다기보다는 앞으로 KERI와 창원시가 함께 만들어갈 성과에 대한 희망에 기대어 주는 상이구나! 더 열심히, 더 잘하라는 독려와 격려구나!”

    사자성어에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넌다’ 이다. 어려운 고난과 환란을 함께 이겨나가자는 비유로 많이 활용되는 말이다. 작금의 창원시와 KERI의 관계가 딱 이와 다름이 없다.

    이제 누군가가 KERI는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리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인데, 최근 특례시 명칭을 부여받은 창원시에 본원이 있고요, 강소특구도 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능전기도 하고요, 이것저것 꽤 잘 합니다. 창원시와 더불어 창원 경제에 도움이 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라고.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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