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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2020년 겨울, 그리움의 시간에-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2-27 19: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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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지나 온 추억을 더욱 진하게 만드는 그리움이란 단어는 양파의 속살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느낌으로,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올올이 우리를 감싼다.

    시골집 아랫목 이불 속에 옹기종기 발을 모으고 누워 깔깔대던 기억도,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벼락 같은 불호령도 그립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던 젊은 날의 객기도 그립고, 어떤 이들에게는 IMF 구제금융 시절의 그 막막함이 그리움과 회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허허로움을 호소하고, 단절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막연한 불안감이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는 코로나19의 시절, 그 그리움은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이른 바 ‘코로나 블랙’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암담함에 처한 오늘의 우리에게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고 관계의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삶의 풍요로움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오래된 생각이다.

    필자는 그 첫 번째 방편으로 ‘손 편지 쓰기’를 강조하고 싶다. 컴퓨터(이메일)와 스마트 폰(문자메시지), SNS 등에 점령 당한 소통의 방편을 조금은 아날로그 적으로 전환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모두들 우표와 우체통의 기억이 가물한다지만 조금은 서툴지라도 마음과 정성이 전달될 수 있는 한 장의 편지는 받는 이와 보내는 이 모두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줄 거라고 확신하며, 오늘 당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 전해 보기를 권한다.

    둘째, ‘추억 속의 인연 찾기’도 마음 한 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1983년 방영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 현재도 방송 중인 옛 인연을 찾는 TV 프로그램 등이 우리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듯 어떠한 연유로 든 소식이 단절된 그리운 이들을 다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군대 동기든, 여고 동창이든, 첫사랑의 연인이든, 옛 은사든 그리운 이들을 만나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그간의 살아온 얘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서 지치고 다친 마음의 위안을 얻어보는 시간도 인생의 아름다운 기억이 될 것이다.

    셋째, ‘내가 먼저 다가 서기’를 통해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을 추천한다.

    시인 김경훈은 ‘사랑은 두 사람 중 어느 하나가 먼저 다가서는 용기 있는 몸짓’이라고 노래한다. 내가 소중한 존재이듯 타인도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향한 열린 마음이 절실한 시기이다.

    사람들 사이에 놓여있는 물리적 거리, 마음의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먼저 다가가 그 거리를 가깝게 하고, 스스로 손을 내밀어 보자. 조금씩 소통의 보폭을 넓히며 하나 하나 장막을 걷어나가는 가운데서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잠시 성찰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하여 류시화의 표현처럼 어느 누구에겐가 ‘곁에 있어도 그리운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겠는가!

    그리움의 대상은 지나간 것만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것이기도 하다.

    그 무엇보다 일상의 평안함이 그리워지는 이 때, 다가오는 2021년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한 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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