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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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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마지막 한 장- 송신근(수필가)

  • 기사입력 : 2020-12-17 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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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남은 한 장 달력을 바라본다. 남은 한 장도 작은 바람결에 펄렁이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운 가슴은 내놓을 게 없다. 세월의 끝은 언제나 스산하다. 그래도 젊은 날의 십이월 끝자락은 내일이라는 벅찬 꿈이었고 뜨겁던 열정은 늘 미로와 같은 기대를 장식했었다. 허허로운 겨울밤, 적막 속에서 바라보는 밤 풍경은 커다란 완전성에서 더 작은 완전성으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 번뜩이던 상념들도 긴 여정의 파노라마처럼 나래를 치며 멀어져간다. 산속의 나무들도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매달고 있던 잎도 죄다 대지로 돌려보내고 빈 가지로 겨울을 맞고 있다. 밖으로 향했던 눈과 귀를 안으로 거두어들여 소리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의 순리를 익힐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고 고요해져야 할 시간이다.

    올 한 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뜯겨 나간 열한 장의 자취를 헤아려본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십이월 중순이 넘는 지금까지도 모든 국민들이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보건당국과 관계의료기관들이 혼신을 다하고 있으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모든 활동이 통제를 받고, 연말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비대면의 시간들이 지속되고 있다. 도심의 길거리도 한산하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유실된 시간의 가쁜 숨결이 둔탁한 무거움으로 내려앉아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우리들 각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적 현상의 그림자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느냐의 결과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시대에 이르러서는 물질적인 욕망과 인간 위주의 풍요만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서 인간의 심성과 자연환경이 말할 수 없이 황폐화되어 가는 것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업보이다. 흙과 물과 나무와 공기, 햇볕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일찍이 동양의 사상은 산하대지를 신성한 존재로 여겨 귀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 여기고 무분별하게 환경의 지배를 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과잉소비와 포식사회를 만들어 지금과 같은 온갖 질병과 환경위기를 불러들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번 사태는 자연과 생태적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인식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연계의 흐름과 사물의 법칙을 무시한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준 참담한 교훈이라 할 것이다. 자연은 늘 변하면서 새롭게 생성되어간다. 계곡에 흐르는 시냇물은 어제의 그 물이 아니고 나뭇가지에서 돋아난 잎도 작년에 달렸던 그 잎이 아니다. 철 따라 찾아온 새들도 소리는 비슷하지만 지난해 찾아와 깃을 치던 그 새들만은 아니다. 이와 같이 자연은 새롭게 신진대사를 이루면서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 이 흐름을 받아들이고 바르게 이해하면서 공존해 나가야 한다.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물어 가고 있는 절망의 날에 희망을 교차시켜야 하는 고뇌의 순간이다.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들지만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비록 지치고 힘들더라도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다. 아직은 우리 곁에 짙은 어둠이 존재하지만 새해에는 새 마음, 새 각오로 힘찬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송신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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