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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습관적 희망사항, 새해- 김미숙(시인)

  • 기사입력 : 2020-12-10 20: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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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신축년(辛丑年) 하얀 소의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2020년 경자년, 흰쥐의 신성함으로 일이 술술 풀리기를 희망하면서 시작했던 한 해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또한 ‘흰 소는 신성함을 뜻하면서 인내와 부지런함, 순수함, 성실한 영향을 가지고 있고, 길한 기운도 가지고 있다’ 고 한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근면과 성실로 모든 일을 대하면 반드시 성공에 이른다는 격려의 말일 것이다. 더 반가운 것은 젊은 부부들은 벌써 계획임신을 준비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벌써 인터넷 창에는 ‘임신을 축하합니다. 2021년 흰소띠 아기 계획임신 성공 TIP’ 이나 ‘재미로 알아보는 흰소띠 아기의 특징’ 같은 문구가 보인다. 이를 보면서 정말 새해에는 동네 골목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터져 나오기를 기대도 해 본다.

    이처럼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해는 작년보다 삶이 나아지기를 꿈꾼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가 바뀌는 것과 운이 뭐 그렇게 다르겠는가. 단지 인간이 필요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줄을 긋고 날짜를 구획 지어 하루와 한 달과 한 해를 구분해 놓았을 뿐. 매해 힘들었던 한 해를 마감하고 모든 것이 특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1월 1일을 맞으며 잠시 환희에 들떠보는 것뿐이다. 붉은 닭이 황금개로 바뀌든, 흰쥐가 흰소로 바뀌든 그 하루 사이에 무슨 엄청난 변화가 생기겠는가. 그 하루 사이에 모든 사람들의 팔자가 바뀔 리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가끔은 새해가 다가오면 덩달아 뭔가 행운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다가 혼자 웃고 넘길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람들 또한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가 바뀔 무렵이면 뭔가 신성한 기운이 불쑥 나타나서 묵은 짐들을 다 가져가고 새해의 선물을 가져와 한 보따리씩 나눠줄 것 같은 기대감마저 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그건 사는 게 그만큼 힘들고 지난하기 때문이지 싶다. 자식걱정, 노후걱정, 늙으신 부모걱정에 자기가 하는 일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걱정, 아픈 사람은 아파서 걱정, 건강한 사람은 아플까봐 걱정, 그런 크고 작은 걱정들을 한 짐씩 이고 사는 게 현대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신이든 흰소든 무엇이든 행운과 기쁨을 기구하고 싶은 대상만 있으면 거기에다 희망을 걸어보는 게 아닐까.

    심지어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무시무시한 역병까지 돌면서 그만큼 큰 걱정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수천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 수 또한 엄청나다는 우울한 뉴스가 연일 지구촌을 강타 중이다. 그러다 보니 새해를 눈앞에 두고서도 예전처럼 내년엔 하는 일이 잘되기를, 아프지 않기를, 그런 개인적 바람은 그저 소소한 바람으로 넘어가고 오로지 내년엔 ‘코로나19’가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맨 앞줄에 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각국 제약사에서 백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낭보가 들려오니, 이 소식이 또 신축년 흰소의 영험한 신통력 때문이라 믿고 싶다. 그래선지 올해는 나도 자못 진지해진다. 신축년 신성한 흰소가 코로나 역병을 싹 끌고 가서 어딘가 버려주기를 바라본다.

    또한 보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 ‘희망의 나라로’를 노래하며, 멋진 여행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희고 신성한 소에게 빌고 또 빌어야겠다.

    김미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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