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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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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사회가 ‘가족’으로 인정해야

[‘사유리 출산’ 경남 비혼 여성 시선]
사회문제 아닌 자연스런 사회현상
결혼·출산 모두 여성 ‘선택권’ 문제

  • 기사입력 : 2020-11-29 2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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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씨의 비혼(非婚) 출산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물론 전통적인 가족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결혼은 하지 않되 아이는 낳고 싶은 ‘배우자 없는 출산’에 대해 경남지역 20~40대 비혼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본지는 20~40대 비혼 여성 3명을 대상으로 지난 27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가 오래된 ‘정상가족’의 틀을 깨고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사회로 변해 가길 희망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비혼 출산 바라보는 경남 비혼 여성 시선’이라는 주제로 들어 본다.

    ◇결혼만이 답이 아니다= 500여명이 넘는 비혼 여성들이 가입돼 있는 ‘경상도비혼여성공동체WITH’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소영(가명·27·창원시)씨는 결혼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를 더욱 공고히 한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다. 김씨는 이번 ‘사유리 사건’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이 ‘멋있다’였다. 산부인과에서 ‘조금만 더 늦으면 자연임신이 힘들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사유리씨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만나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비혼인 상태로 정자를 기증 받아 출산했다.

    김씨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는 남녀가 결합한 가정만을 정상 가정으로 인정하고 그 밖의 가정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며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은데 용기는 없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혼 내지 비혼모는 이제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결혼이 답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 멋있는 사건이다”고 평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나 또한 낳을 생각을 해봤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사회 제도 자체가 아빠, 엄마, 자녀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이라 여기고 지원하기에 낳아도 잘 기를 수 없을 것 같고, 사회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도 없다. 그럼에도 나처럼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 하는 여성들은 꽤 있을 것이다.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비혼도 점차 익숙해지듯 배우자 없는 출산도 포용해야 할 가치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결혼·출산 모두 여성의 자유= 정상 가족에 속하지 않을 권리, 평등한 젠더 관계를 가질 권리로서 비혼 출산을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박진희(가명·30·창원시)씨도 그렇다. 박씨는 “보수적인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결혼·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성이 판단하는 것인데도 강요 당해 왔다”며 “사유리의 비혼 출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정상 가족이라 규정짓는 것 또한 편견이 아닐까 생각해 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도 비혼 출산을 고민한 적 있지만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에 생각에만 머물렀다”며 “사유리 비혼 출산을 계기로 앞으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사회이자 남녀가 더욱 평등한 젠더 관계를 갖게 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최미나(가명·42·창원시)씨는 우리 사회가 던지는 비혼 여성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지적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 탓에 출산율이 떨어진다며 이기적으로 보는 눈초리나 아빠 없이도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차별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내게 외가 친척들은 ‘네가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아서 나라가 망한다’고 말하는 등 마치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이기적인 선택인 것마냥 대하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며 “결혼을 하지만 출산하지 않을 자유, 결혼은 하지 않지만 출산은 할 수 있는 자유가 모두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여자 혼자서도 아이를 출산해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남녀 중 59.7%는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 30.7%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성애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 다양한 형태의 삶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 사유리 비혼 출산이 사회에 던진 화두이다”며 “사회문제라고 바라볼 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이 왜 이런 다양한 형태를 원하는지 들어 보는 것은 물론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가 우리 사회와 부딪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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