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가고파] 은행나무- 김병희(사회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11-24 20:03:54
  •   

  • 은행나무는 내가 어렸을 때 아주 귀한 나무였다. 한 마을에 한두 그루 정도 밖에 없었다. 그곳 아래에서 은행을 주워 까서 불에 구워 먹기도 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요즘은 가로수 등에도 활용되면서 악취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어나 민원이 야기되는 나무가 돼 버렸다.

    ▼은행나무는 지구상에서 약 2억년을 존재해 온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생물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잘 견디고, 대기를 정화하는 가로수로서 병해충에도 강해 인도와 차도 주변에 많이 심어 왔다. 그런데 요즘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이 고약한 악취를 유발하기 때문에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거나, 미리 열매를 털어내 사전에 악취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른다고 한다.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화학물질을 생성해 다른 식물의 생존을 막거나 성장을 저해한다. 이를 식물의 ‘타감작용’이라고 한다. 타감작용을 통해 식물은 자신의 생존을 확보하고, 성장을 더욱 촉진시킨다. 은행나무가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것도 아마 타감작용을 통해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짧은 기간 일시적인 악취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생물이 버림을 받는 시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지구의 미래는 앞으로 더욱 암담해질 것이다.

    ▼은행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해 준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열매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융단폭격을 맞은 듯한 노란 잎들이 짙게 깔린 은행나무 숲길을 제공하면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다만 약간의 악취를 풍긴다는 것만 없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인간의 이기심에 따라 이제는 사라져가는 은행나무의 고독한 운명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김병희(사회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병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