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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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라이프] 디지털 성범죄

찍어도, 받아도, 뿌려도 처벌 받는다

  • 기사입력 : 2020-11-17 2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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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이 사회는 물리적·육체적 접촉 없이도 개인정보나 성적 이미지를 볼모로 더 큰 성적 피해를 초래하는 위력을 행사하고, 또한 이를 다운로드·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성폭력에 공모하는 새로운 방식의 범죄와, 이러한 범죄의 가해자 상당수가 청소년이거나 20대라는 처참한 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 (윤선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 올 7월 발행된 여성과 인권 통권 제23호에서)

    n번방 사건 등을 통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앞서 2017년부터 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책을 내놓던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 보호는 확실하게 한다’는 원칙 아래 올해 4월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불법촬영 기술의 발전, 합성을 통한 영상물 가공, 웹하드나 텔레그램 메신저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무엇이며, 피해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피해 영상 등 삭제 지원에 대해 정리했다.


    ◇디지털 성범죄란?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디지털 기기와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성 인지(젠더) 기반 폭력”이라고 정의한다. 상대방 동의없이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유포협박·저장·전시하는 행위와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성적 자율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를 가해 형태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불법촬영물 또는 복제·합성·편집물 등을 만드는 ‘제작형’,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는 ‘유포형’, 불법촬영물 등과 개인신상을 이용해 성폭력을 자행하거나 게시물에 댓글·연락으로 동조·참여하는 ‘참여형’,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 결과물을 소지·매입·시청하는 ‘소비형’으로 나뉜다.

    김은주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여성과 인권(통권 제23호)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무엇이 n번방을 만들었는가’에서 “디지털 불법 촬영의 제작, 유포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소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소비가 뒷받침되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생산자, 유통자, 참여자, 소비자가 맞물려 굴러가는 생태계가 된 셈이다.

    ◇어떻게 처벌하나?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규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통과하면서 올해 5월 형량이 강화되거나 불법촬영물 저장·시청도 처벌하는 등 관련 조항이 새롭게 신설됐다. 공급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처벌해 불법촬영물 유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불법촬영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불법촬영은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피해자의 동의 없이(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를 말한다.

    피해자 동의 없이 편집 등 가공을 거쳐 허위영상물을 만들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 동의 없이 이러한 허위영상물을 유포(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에 따른 것으로 올 5월 신설된 조항이다.

    ‘유통’ 단계인 유포·재유포와 관련해서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2·3항에 따라 처벌된다. 2항은 피해자 동의 없이 불법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유포하거나, 당시 촬영에 대한 동의를 얻었더라도 향후에 이를 피해자 동의없이 유포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3항에선 영리 목적으로 피해자 동의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라 음란한 영상 등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가족·지인에게 피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등 ‘유포협박’을 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3(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로 처벌한다. 이 조항도 올 5월 신설됐다. 불법촬영물 등으로 협박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러한 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디지털 성범죄 ‘소비’ 단계에 해당하는 불법촬영물 소지·구입·저장 그리고 시청하는 행위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4항). 이 조항 또한 올 5월 새롭게 생겼다. 기존에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하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성적 내용을 포함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을 하는 ‘사이버 괴롭힘’의 경우에도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죄)·제311조(모욕죄)에 따라 처벌 받는다.

    ◇피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겐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피해 영상 등의 ‘삭제’가 가장 절실하다. 피해자가 알게 또는 모르게 온라인에서 떠도는 영상 등에 대한 삭제 지원은 디지털 성범죄에서도 가장 우선시되는 대책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보면 삭제, 상담, 수사·법률, 기타(의료·보호시설 연계) 등 4가지 지원책 중에서 삭제 지원의 비중이 2018년 85.1%, 2019년 94.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삭제 지원 등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삭제 지원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상담 신청 시 가명을 사용할 수 있는 등 비밀이 보장된다.

    삭제 지원은 기간 제한이 없다. 기본적으로 3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이후 연장도 가능하다. 디성센터는 삭제 지원을 시작하면 한 달 주기로 세 달 동안 삭제 지원 결과보고서를 발송하며, 결과보고서 발송 주기가 종료되면 1년 주기로 연간 결과보고서, 최종 결과보고서를 발송한다. 피해자는 이를 통해 삭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 영상 등을 삭제했는데 또다시 재유포됐을 경우에도 최초 유포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여도 삭제 지원은 한다.

    삭제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디성센터 홈페이지 온라인 상담 게시판이나 전화 접수(02-735-8994)를 통해 상담을 신청해야 한다. 삭제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URL(피해 촬영물이 게시된 사이트 게시물의 주소), 키워드(게시글 제목과 내용 등 검색 가능한 정보), 원본 촬영물, 캡처 화면(URL, 키워드, 피해 촬영물 등을 찍은 화면) 등이다.

    피해 촬영물이 업로드되는 웹하드, 검색엔진, P2P 성인사이트, SNS 등 플랫폼에 따라 삭제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 평균적으로 3~4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디성센터는 각 플랫폼별로 피해자들이 직접 삭제할 수 있는 방법도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다.

    디성센터는 “촬영물 및 게시글 내용,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완전한 삭제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완전히 삭제되었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유포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성폭력의 특성인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삭제 지원을 위해 다양한 지원기관과의 연계와 협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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