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가고파] 한잔의 추억-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11-17 20:20:34
  •   

  • 1970년대 활동했던 가수 이장희는 ‘금지곡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히트곡 중엔 금지곡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그건 너’는 남탓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한잔의 추억’은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불꺼진 창’은 불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나는 열 아홉 살이에요’는 미성년자 약취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군사정권 시절 합리적 이유보다 감정적 이유로 금지곡이 된 것이다.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대중들 곁으로 돌아 왔다.

    ▼“막걸리~ 한잔~”, “한잔해 한잔해 한잔해 갈때까지 달려보자 한잔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대중가요 가사이다. 대중가요는 사랑과 이별, 눈물을 소재로 한 가사가 많다. ‘또 사랑타령인가’라는 핀잔도 듣지만 사랑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감정이 듬뿍 담긴 애절한 목소리에 대중들은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딱 들어 맞는것은 술이다. ‘술 한잔’을 묘사하는 가사는 대중가요의 안주라고 할 만큼 빠지지 않는다.

    ▼술 한잔하면 흥이 오르며 노래 부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다른 민족에 비해 음주가무를 즐겨왔는데 ‘음주 조장’을 이유로 금지곡을 만들었으니 50년 전 ‘한잔의 추억’은 추억이 아니라 ‘악몽’이었을 것이다. 노래방 인기곡에도 ‘술 마시는 노래’가 다수 포함돼 있는 2020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잔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헤어짐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또는 만남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마신 술이라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술자리가 많아진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울려 술 한잔하기도 부담스러운 시기이다. 자칫 그 술자리가 추억이 아니라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 ‘한잔의 추억’은 마실 수 없는 걸까.

    이종훈(정치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