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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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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무위이치(無爲而治)- 최주철(한국무역협회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1-08 2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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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주철 한국무역협회경남지역본부장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이곳에도 쥐를 통해 전파되는 흑사병이 팬데믹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쥐의 번식을 막기 위해 프랑스 관리들은 고심 끝에 쥐 꼬리를 잘라 오면 하나당 4센트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정책을 내게 된다. 쥐꼬리만한 현상금에 대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아쉽게도 하노이 시내에는 쥐가 박멸되기는커녕 오히려 꼬리가 잘린 쥐들의 개체수가 증가했다. 이유인즉슨 현상금을 바라는 하노이 사람들은 꼬리만 잘라내고 쥐가 오히려 번식하기를 기대하며 쥐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비록 선의로 시행된 정책이지만 시장에서 오히려 왜곡돼 역효과를 일으킨 사례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일수록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전염병의 팬데믹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무역 환경이 녹록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금년 9월까지 경남지역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3.9% 감소했으며 수입은 17.7% 줄었다. 특히 경남 주력 산업인 선박, 자동차 부품, 그리고 기계류에서 수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곧 지역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로 대한민국 제조업의 메카인 경남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직간접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역업에 종사하는 경남의 기업인들을 만나다 보면, 국내 기업에만 해당하는 여러 가지 복잡한 규제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하곤 한다. 본래 취지가 규제 일변도의 제도는 없다. 모두가 기업 경쟁력 강화, 독과점 방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보호 등을 위해 마련된 규제 정책이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때는 그 진의가 왜곡돼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사이 외국 기업들은 그 빈틈을 노리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프랑스어로 ‘레세페르(Lassez-Faire)’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내버려 두라’라는 말로 애덤스미스의 경제론에도 ‘무간섭주의’를 일컫는 경제용어로도 언급된다. 이는 곧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까지 이어오는 미국 정부의 대(對)기업 정책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한 경제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신설규제 1개당 기존규제 2개 폐지를 목표로 삼았으나(two-for-one rule), 실제 1개당 7.6개를 폐지함으로써 당초 목표를 3배 이상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유도하는 체제야말로 20세기에 이어 21세기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2000여년 전 사마천(司馬遷)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을 보면, 다섯 가지 정치 수준이 언급돼 있다. 그중 가장 으뜸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법으로 자연스러움(自然之驗)을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이익을 사용해 이끌라고 했다. 그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고, 그다음은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못난 정치는 부를 놓고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라고 하였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요즘과 같은 시기일수록 ‘무위(無爲)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주철(한국무역협회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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