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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마스크, 그 뒤가 궁금하다- 김미숙(시인)

  • 기사입력 : 2020-10-15 2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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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기가 의무화되더니 지금은 외출 때 마스크가 의관정제의 필수품이 된 것 같다. 거리에 나가면 무표정의 마스크들이 눈만 껌뻑이며 돌아다닌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그 사람들 속에 내가 아는 사람이나 나를 아는 사람이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상대가 용케 알아보고 인사하는데 나는 마스크로 얼굴 가린 상대가 누군지 모를 때다. 어정쩡하게 인사하면 상대도 눈치채고 마스크를 잠시 내린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착용하면 아예 안면인식 자체가 불가능이다. 표정만 봐도 즐거운지 우울한지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무지 알 수 없다.

    모임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소통이 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사람은 상당히 진화되고 정제된 언어로 대화한다고 생각했었다. 언어에 전달할 정보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착각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하게 느낀다. 구강을 통해 만들어지는 언어를 뒷받침하는 제2의 언어가 표정이라는 것을 지금에야 자각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입마개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은 가면이다. 마스크는 눈만 빼고 얼굴 거의 전부를 가린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그의 말이 진지한 것인지 농인지 무심히 하는 말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자면 표정까지 읽어야 한다. 그러나 마스크 뒤의 표정, 즉 언어의 행간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어떨 때는 갑갑하다.

    반대로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편할 수도 있다. 살짝 비틀거나 의도적으로 약간의 거짓말을 섞거나 할 때, 변화하는 표정을 숨길 수 있다. 따라서 얼굴을 가리고 대화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거나 왜곡된 말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면 그런 말 하는 것이 조금이 아니라 많이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스크 뒤에 표정을 숨기면 진정성 없는 말을 쉽게 하는 것에 길들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서양인들이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위험인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생각이나 행동을 하려는 사람은 자신을 가린다. 가리면 편하게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순수했던 유아기를 지나고 학교 가기 시작하는 연령이면 이미 내면에 마스크를 하나씩 쓰기 시작한다. 부모에게 거역하거나 교사에게 반항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마스크를 쓰는지 모른다. 발칙하고 무례하며 폭력적인 생각을 마스크 뒤에 숨긴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얼굴이 노출되어 익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더 길어지면 그게 행동으로 튀어나올지 모른다. 서로 상대의 마스크 뒤편 생각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이 오기 전에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 생각이 기우가 되길 바라면서.

    김미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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