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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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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놈의 공정… 국내파 젊은이들 힘내자-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9-28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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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중국에서는 해외로 나갔던 유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와 세계적인 반중(反中) 정서 확산으로 대거 귀국하고 있는데, 이처럼 귀국하는 대졸 이상 유학생이 역대 최대인 80만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 고급인력들이 대거 귀국해 취업전선에 나서면서 중국 내 취업전쟁도 심해졌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이유로 해외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들의 실업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국내파 대학 졸업생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우리나라의 해외유학 붐은 2000년대 들어서다. 국내에 홀로 남아 자녀들의 유학비 등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는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해외 유학이 급속도록 증가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으로 유학한 학생은 2008년 21만6868명에 달했고, 2011년에는 26만2465명으로 증가했다. 해외 유학생은 꾸준하게 20만명을 유지해왔으며 2018년에는 22만93명이나 된다.

    초·중·고 학생들의 해외유학을 보면 단순 유학 외에 해외이주나 부모의 해외발령 등으로 인한 사유도 포함해 2014년 2만733명이었고 2018년에는 1만9047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2018년 기준으로 초·중·고 해외 유학생을 160명 이상 보낸 행정구 28개 중 1~4위가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서울 강남구, 경기 용인시, 성남시, 서울 서초구가 차지했다. 경제능력 있는 사람들이 해외유학을 보낸다는 것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부모들이 해외유학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공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내 공교육을 믿을 수 없고, 해외유학을 갔다 올 경우 취직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면서다. 적어도 우리말인 국어보다도 외국말인 영어를 더 중심에 놓는 황당한 한국교육과 취업 현실에서 해외유학으로 적어도 영어만은 국내에 있는 학생들보다 확실히 잘한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자녀들의 해외유학에 목을 맸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노후자금을 투자해서라도 공부시키겠다는 것을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나.

    안타까운 것은 해외유학 붐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상당수 편승한다는 것이다. 사회지도층인사들도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똑같이 고민하고, 배울 권리가 있는데 보내지 말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사회 지도층조차 국내 공교육을 불신하며 해외로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기 자식들은 조기유학을 보내 글로벌 인재로 살게 하면서 유학을 가지 못하는 대다수 국내 국민들의 자녀에게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도 있으니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는 것은 가증스러울 뿐이다. 최근 자녀들의 해외유학과 관련해 도마에 오른 일부 정치인들의 공정(公正)논란의 문제도 이런 것과 맥을 같이한다.

    배움의 기회는 자유로워야 하고,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미래는 지금의 자녀들이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추석이다. 선조들은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지만 취업도 어렵고 고령화된 부모세대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국내파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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