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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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정신질환 모녀, 원룸서 외로운 죽음

숨진지 상당기간 지나 집주인 신고
직장없이 함께 살며 생활고 겪은듯
딸은 부모학대로 복지시설서 성장

  • 기사입력 : 2020-09-27 20: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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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모녀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모녀는 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딸 A(22)씨와 엄마 B(52)씨의 사망 사실은 “며칠째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라는 원룸 주인의 신고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원룸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바닥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모녀를 발견했다. 이들이 생활한 곳에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없었으며, 유서나 자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지난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는 직장도 없이 둘이 생활하며 생활고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 “딸과 엄마 모두 몸에서 붉은색을 띠는 반응이 나타나는 점 등을 미뤄 일산화탄소나 청산가리 등의 중독 가능성이 있어 자살이나 사고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발견 당시 부패 정도가 매우 심한 탓에 이럴 때는 부검을 하더라도 사인 미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A씨는 B씨의 방임으로 아동학대 판정을 받아 지역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모녀는 정신이상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3살 때인 2011년 8월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한 뒤 20살 때인 2018년 4월 퇴소했다. A씨가 방임 가정에서 탈출해 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성장했지만 결국 원가정으로 돌아간 뒤 모녀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숨진 딸은 부모의 이혼으로 그동안 친권이 있는 엄마와 단둘이 함께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를 돌봐준 아동복지시설은 비극의 이면에 법적·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A씨의 아버지 등 유족과 복지시설에선 모녀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생활고를 버티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한다”며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직 자립 준비를 다 끝내지 못했는데 엄마가 나타나 ‘딸이 다 컸으니 알아서 잘 살겠다’며 데려갔다. 이들이 장애 판정만 없을 뿐이지 실제 정신적인 증상을 앓고 있어 생활이 걱정돼 말렸지만 막을 근거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아동이 자라 퇴소를 하면 5년 간 사례관리를 하는데, A씨는 이마저도 엄마가 완강히 거부해 사례관리를 못 하고 연락도 끊겼다가 이번에 비보가 전해졌다”며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시설에서 퇴소시킬 때 공식 심의나 사례관리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이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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