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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최저시급 1만원이 중요한 이유-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9-23 20: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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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중순,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진영에서는 매우 중요한 실천 선언이 나왔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조합원인 아이쿱생협, 농민 생산자들이 조합원인 사회적협동조합 파머스쿱,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쿱로지스틱스 그리고 괴산자연드림파크와 구례자연드림파크에 있는 28개의 공방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세이프넷(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영어 약자)이 2020년 하반기부터 최저시급 1만원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최저시급인 8590원보다는 무려 16.4%가 많은 금액이다. 최근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적 진료 거부, 일부 타락한 교회들의 반사회적인 행동을 겪은 상황이기에 서로를 배려한 이들의 실천은 매우 감동적이다. 이제 이 실천이 소중한 이유를 짚어보자.

    첫째, 사회적 경제 그룹인 세이프넷이 유통 대자본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협은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가정 공급과 매장을 운영하는 소매유통업에 속한다. 그런데 이 소매유통업은 레드오션으로 자본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며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장 열악한 업종이다. 기술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유통업으로 세계 제1의 매출을 자랑하는 월마트가 미국 최저임금 억제를 주도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유통기업들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한 분야에서 정부 최저임금보다 16.4% 많다는 것은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둘째, 노동자들에게 시급 1만원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그룹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일반 유통업 노동자들보다 시급을 더 주려고 하면 소비자는 물건 가격을 낮추라고 할 것이고 농민 생산자는 수매 가격을 높여달라고 할 것이며, 가공 생산자들은 매입 가격을 높여 달라고 할 것이다. 즉, 생산자가 많이 가지고 가면 소비자, 노동자가 적게 가져가야 하고 노동자가 많이 가져가면 소비자, 생산자가 적게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 판단의 근거는 사업의 지속성과 사회적 가치다. 이런 판단에 대해 소비자, 생산자, 노동자가 모두 동의하여 갈등을 극복한 결과인 것이다.

    셋째, 이 사회적 경제 그룹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철학의 소중함이다. 이 그룹의 좌장격인 아이쿱생협은 정부의 최저시급, 일반 유통업보다 더 주는 실천을 진작부터 해왔고 2014년부터는 참여 기업을 늘려왔으며, 이제는 전체 30개 규모에 적용하게 되었다. 즉,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인데 이는 조직의 지향이며 가치라는 뜻이다. 그러면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으며 사회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 사회적 경제 그룹의 가치와 철학은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것이고 이를 실천해도 시장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연대 임금의 실현 가능성이다. 이 사회적 경제 그룹에는 1차 농업, 물류, 매장 소매, 식품 공장, 연구 개발, 숙박, 청소 등 각 임금이 다른 노동이 공존한다. 어떤 노동은 전문성이 필요한 반면 어떤 노동은 전문지식이 필요 없다. 이렇게 다양한 노동이 있는데 조직 내 최저시급을 정부의 정책보다 16.4% 많이 준다는 것은 일반 기업이라면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연대, 양보한다는 뜻이다. 매출이 약 20조원이 되는 거대 유통업들, 기업 내에 CEO와 최저 임금 직원과 100배가 넘고 대기업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한국사회에서 세이프넷은 연대 임금의 희망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그룹 세이프넷의 실험이 우리 사회에 점점 확산되어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사회로 가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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