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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숨바꼭질 - 황영숙 (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20-09-17 21: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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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가쁜 무연고자의 퇴로를 열어주며/울울창창 대숲이 무한정 흔들렸다/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들 높이 날았다’ -(시 ‘숨바꼭질’ 일부)

    “아이 깜짝이야, 웬 개들이 이렇게 많아!”

    텃밭의 컨테이너 밑에서 개 대여섯 마리가 후다닥 튀어나왔다. 몇 번을 텃밭에 와서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덩치가 엄청 큰 녀석과 중간쯤 되는 녀석들이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도망치고 있는데 놀란 가슴 붙잡고 나는 나도 모르게 돌팔매질을 하고 말았다. 1년 전 이웃집 애완견에게 발목을 살짝 물린 기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초쯤 꽃샘추위가 한창일 때 밭 주변 아스팔트길 언덕 밑에 줄지어 누워 볕 쪼임을 하던 아기 개였던 그 녀석들이 생각났다. 5개월쯤 지났으니 그들이 어른이 된 것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갈 데 없이 동가식서가숙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살았다는 말인가? 키울 때는 언제고 버릴 때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갖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쳤지만 우거진 잡초도 베고 고추와 가지 등을 수확해서 집으로 돌아오느라고 잠시 잊고 있었다.

    일주일 후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공무원들을 만났다. 가드레일에는 ‘유기견을 포획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펄럭이고 있었다. 포획틀로 보이는 철망도 보였다.

    “혹시 밭 주변에서 개들 본 적 없어요? 이 녀석들이 잡으려고 하면 도망치고 흔적이 없네요.”

    나는 직감적으로 며칠 전에 본 그 녀석들을 찾고 있구나 싶었지만 차마 컨테이너 밑에서 보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냥 숨겨주고 싶었다. 아니 붙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2년 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넷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보다 더 많은 가구에서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개를 소유한 사람은 전국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지만 지켜지는지도 의문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시대. 좋아서, 또는 외로워서 함께 살기 시작했겠지만 버리는 사례들도 엄청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버려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상처인가. 가족을 만들기 전에 먼저 반려동물을 맞이할 환경적 준비나 마음의 각오는 되어 있는가. 입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의사와 능력이 있는가 등을 체크한 다음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필 결심이 섰을 때 양육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일주일 후 다시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눈에 불을 켜고 유기견들을 찾아다니는 공무원들을 만났다.

    “샤부샤부집 사장님과 이웃 아저씨가 밥을 준대.”

    “저 건너 대나무 숲이 그들의 아지트래.”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무슨 자격으로 잡는다는 말인가. 자연이 선물한 그들의 집을 누가 탐한다는 말인가.

    이주일째 쫓고 쫓기는 자의 술래잡기 놀이가 계속되었지만 무연고자인 그들은 잡히지 않았다. 대숲만 한없이 흔들렸다.

    황영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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