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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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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소통과 긍정의 사회를 만들자- 김은아(밀양시문화도시센터 팀장)

  • 기사입력 : 2020-09-07 20: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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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시 멈췄다. 확진자가 줄어들어가고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어간다고 안심하는 사이 코로나19는 여지없이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흔들어 놓았다. 그 충격은 처음보다 훨씬 강하게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리는 더 움츠러들었다. 경제, 산업, 정책, 행사, 학원, 축제, 공연장, 시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은 대부분 무기한 휴관, 폐쇄되었다.

    이와 더불어 만남을 자제하게 되고 대면에서 비대면의 사회가 강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비대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점점 서로 멀어지고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물리적 거리가 사회적 거리로 둔갑하고 비대면이 소통이라는 미명 아래 일방향만 존재하는 불통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코로나19의 강제적 비대면 요구에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잊어가고 있다.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고, 발열 체크를 해야 하며, 손 소독까지 하지만 되도록 말을 하지 않고,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고 인사를 한다. 모임이 적어지고 만남을 두려워하는 사회에서 점점 불안감과 두려움만 쌓이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얼굴을 보며 대화하던 우리는 수화기를 들게 되었고, 이젠 말 대신 문자로 소통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목소리에 담겨 있는 기쁨과 슬픔을 말이 아닌 문자 속 이모티콘이 대신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소통의 시대에 불통하는 사회, 마스크 속에 감춰진 표정, 문자의 시대에 사람들은 점점 관계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메마른 무표정의 단어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담으려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통에는 상대방의 감정이나 태도에 따라 간혹 의도하지 않는 의미 해석으로 오해와 불신을 낳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일들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삶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비대면이 증가하면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역시 위축되고 체험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중단되었다. 예술가들도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생활의 톱니바퀴가 깨어지고 불통의 상황은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시민들 역시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문화 소외계층, 소외지역으로의 문화 참여의 기회 확대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문화활동은 몇 가지 되지 않는, 한계에 다다라 있으며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삶이 위태로워 보인다. 일상의 구조를 그나마 받치고 있던 그 다양한 삶의 양상들이 무너지고 있다. 불안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회가 무력증과 우울증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고 있다. 점점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잃어가는 우울증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비대면의 시대,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현재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는 긍정적인 삶이 아닐까 한다. 긍정은 ‘이 어려움이 언젠가는 끝날 거야’라는 것이 아니다. 그 어려움이 끝나더라도 또 다른 어려움이 다가올 것이며, 그 어려움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고 또 좌절하게 되다 보면 우리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긍정은 현재 상황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승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은 현재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긍정적 태도를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연대와 재난으로부터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 깨어진 공동체에서 함께 잘 지내기 위해, 잘 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연대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 동력을 통해 서로 나누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돌볼 수 있는 돌봄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천천히 성장하고 회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은아(밀양시문화도시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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