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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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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 스포츠에도 지역선수 할당제 도입을-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8-31 20: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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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인구 5178명의 절반 이상인 2600만명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서울공화국이란 말로 대변하듯이 수도권에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균형발전을 요구하며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다소의 성과로 노무현 정부는 본사가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혁신도시로 이전을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는 지방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등에 지역인재 할당제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역대학 인재를 학벌차별과 상관없이 채용의 35%까지 뽑도록 하면서 ‘진정한 평등이다’와 ‘역차별’이라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분야를 좁혀 지역스포츠에서도 지역선수 할당제를 적용해보자. 이미 스포츠에도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운동 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지역에는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공정한 경쟁이 스포츠 정신의 맥락인데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선수의 자유의지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도민프로축구단 경남FC나 지자체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의 경우는 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운영자금의 거의 90%를 도세로 운영하는 경남FC나 100% 시·군 세금으로 운영하는 지자체직장운동부는 지역인재 육성 차원에서 지역 출신 선수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경남FC의 경우 진주고를 유스팀으로 지정해 매년 1~2명의 선수를 영입하지만 이들 가운데 팀의 주축선수로 성장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눈앞의 성적이 중요한 감독의 입장에서 검증이 덜 된 지역선수들을 키우기보다 이름값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게 당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렵게 입단한 유스나 지역 출신 선수들은 소리 소문 없이 방출되기 일쑤다. 창원시청과 김해시청축구단도 비슷하다.

    한 축구선수 학부모는 “지도자들이 경기에 한번 와 보지도 않고 지역선수들은 실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경남 출신으로 지역에서 기회를 갖지 못하고 다른 지역의 팀에서 활발하게 뛰고 있는 선수는 부지기수다. 지역축구계에서는 그런 선수만 모아도 프로에서 상위권에 들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인재를 몰라보고 놓친 것이다.

    경남에는 경남도청과 13개 시·군청 등 14개 기관이 28개의 직장운동부를 운영하고 있고, 경남도체육회와 시·군출자 공사, 공단까지 포함하면 42개팀이 있다. 모두 엘리트인 전문선수들이다. 이들 팀은 전국체전이나 도민체전에서 성적을 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역선수 우선 선발에 대한 조례나 규정을 만든 곳은 한 곳도 없다.

    반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순혈주의’를 표방하며 100% 지역 출신으로 팀을 구성하는 스페인의 아틀렉티 빌바오팀 같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지역에서 꿈을 키운 선수들이 지역 팀에서 뛸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마련해줘야 한다.

    다른 얘기지만 프로야구 NC다이노스가 생기면서 수도권으로 이탈하던 선수들이 없어졌다고 한다. 지역 팀에 갈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적어도 팀 구성의 30% 내외는 지역선수로 선발할 수 있다. 도세와 시·군세로 운영하는 팀이 지역선수 육성에 그 정도 할당한다고 욕을 먹지는 않을 것 같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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