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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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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8-24 20: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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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에는 도 단위 기관과 대기업이 많아 서울에서 발령을 받아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 대개 창원이라는 도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다. 이들은 창원이 국가산단과 자유무역지역으로 유명한 공업도시라고 생각하고 오지만 곳곳에 조성된 공원을 보고 먼저 놀란다고 한다. 대화를 해보면 창원의 도시환경이 여느 도시보다 훨씬 좋아 여건만 되면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말하는 여건이란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의료환경 등이다. 그래서 가족은 이런 여건이 좋은 서울에 남겨 두고 대부분 혼자 오기 때문에 이들을 ‘창총(창원 총각)’이라고도 일컫는다.

    서울과 지방의 여건이 다른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서울은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정치적 중심지이고, 금융과 주요 대학, 대형병원까지 갖춰져 있다. 여기에 IT 산업과 첨단 제조업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젊은 고학력자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기 위해 역대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2003년 제정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기반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출범한 지 17년이 지났다. 그동안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조성 등 성과도 있었다.

    이 기관에서 최근 발표한 균형발전지표를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여전하다. 다만 개인 삶 만족도는 경남이 전국 1, 2위를 기록할 만큼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연환경보전, 대기질, 주거환경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소득창출, 일자리 기회, 기초생활여건, 문화시설 접근성 등에서는 만족도가 낮다. 이는 곧 청년들이 기반을 잡고 살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수도권 인구 과밀화는 가파르게 이뤄졌고 우리나라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 인구(2596만 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추월했다.

    이런 지표를 보면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인데 서울 아파트 값을 잡겠다며 3년째 승부를 치르고 있다. 대출을 규제하고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과 개인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까지 꺼냈다. 급기야 수도권에 13만2000여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놨다.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균형발전을 위해 각 지역에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주요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수도권 팽창이 예상되는 정책을 내놓는 이유는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수도권만 잡으면 정권 연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수도권이 팽창하면 지역 자본과 인구, 기업 역외 유출로 지역균형발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는 전국에서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거점대학 육성, 혁신도시 조성 다 좋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없으면 청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지방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정책도 검토해볼 만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특단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그 열정 절반만 나누어도 지방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이종훈(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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