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41) 구중궁궐(九중공업宮闕)

-아홉 겹으로 둘러싸인 궁궐

  • 기사입력 : 2020-08-18 08:06:16
  •   

  • 옛날 임금이 사는 궁궐을 이야기할 때 흔히 구중궁궐이라 한다. 구중이란 아홉 겹이란 뜻인데, 꼭 숫자로 아홉 겹은 아니고 아홉이란 숫자는 수의 극대치다.

    황제가 살던 중국 북경의 자금성(紫禁城)을 두고 말하면 거의 아홉 겹이다. 맨 밖으로부터 북경성의 외성(外城), 내성(內城)으로부터 자금성(紫禁城)의 정문인 오문(午門) 등이 있다.

    황제는 함부로 궁궐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백성들의 말을 직접 들을 수가 없고 세상 물정을 알 수가 없다. 정확한 판단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야 하는데 직접 정보의 원천에 접근하지 못하니 황제의 결정은 환관들이 주는 정보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었다.

    1644년 나라가 망하여 자살한 청나라 마지막 숭정(崇禎) 황제는 나라를 중흥해 보려고 16년 동안 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황제에게 주는 정보가 엉터리기 때문에 판단하는 것마다 잘못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청나라에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병부상서 원숭환(袁崇煥)을 적과 내통하고 있다고 의심하여 능지처참형에 처했다. 이자성(李自成)의 농민 군대가 북경성을 압박해 오는데도, 환관들이나 아첨하는 신하들은 “지방에서 약간의 소요가 있을 따름입니다”라고 보고했다.

    마침내 이자성의 군대가 북경성을 포위하였을 때 황제는 비상을 걸었지만, 단 한 사람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황제는 황후와 두 딸을 반란군에게 욕을 보지 말라고 칼로 베어 죽이며 “어쩌다 불행하게 황제의 딸로 태어났느냐?”라고 탄식했다.

    명나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왕조가 마찬가지다. 나라를 세운 시조는 전쟁터에서 나라를 얻었지만, 후세 왕들은 구중궁궐에서 지내다 보니 정보가 없어 점차 나라가 쇠퇴해져 갔다.

    반면 만주족의 누르하치는 1583년부터 군대를 일으켜 명나라와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명나라 군사력이 100분의 1도 될까 말까 했다. 그러나 거의 연전연승이었다. 모든 전투에서 군사들과 같이 생활하며 최선두에서 솔선하여 지휘했다. 모든 생생한 정보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작전이 정확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혀 있어,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지금 청와대 비서들은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 같다. 수재를 만나서 살길이 막막한 백성들 앞에서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문제점을 찾으라 하고, 아파트 값 대책을 내놓은 지 며칠도 안 되어 아파트 값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 九 : 아홉 구. * 重 : 무거울 중. 겹 중. * 宮 : 궁궐 궁. * 闕 : 궁궐 궐.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