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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2명 중 1명꼴 ‘괴롭힘 당해’… 갈길 먼 직장 괴롭힘 금지법
도내 접수 118건 분석…‘폭언’ 최다
제조업, 50인 미만 사업장서 많아

  • 기사입력 : 2020-07-15 21: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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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등)이 16일로 시행 1년을 맞는 가운데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사업주의 인식 전환과 함께 처벌조항 마련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한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법에 따라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신고해야 한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담겨 있지 않다.


    자료사진./픽사베이/

    파업 기간 입사했다가 계약 해지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지난해 1호 진정을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는 4066건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사건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됐다.

    이 가운데 15일 본지가 창원고용노동지청, 양산고용노동지청이 접수받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진정사건’ 118건을 분석해보니, 유형별로는 ‘폭언’,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분석해 보면 폭언에 관한 진정이 6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부당인사조치 21건, 사적 용무 및 감시 10건, 업무 미부여와 따돌림·험담이 각각 9건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다만 폭행까지 이른 심각한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62건으로 절반이 넘어 체계적 인사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44건,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14건, 사업시설관리업 12건 순으로 집계됐다.

    각 사업장의 진정사건을 조사하고 시정조치하는 현장의 근로감독관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안착하기 위해선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사업주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윤호 양산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은 “수직적인 기업 분위기에서 상하 간 괴롭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사업주가 직장 내 존중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남 창원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은 “입법 취지에 맞게 구성원들이 인식을 바꿔나가고, 사업장 내의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직장 갑질을 금지하는 법안이 최초로 입법화된 것에 의미가 있지만, 괴롭힘의 기준이 모호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많은 점과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5.4%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응답자 대부분은 괴롭힘을 당했더라도 관련기관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직장 내 금지 규범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과 사용자의 조사 및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 규정을 마련하고, 대표이사·사업주 등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사내 조치 결과에 대한 피해자 불복 시 구제 절차가 외부기관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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