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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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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上南(상남)의 기적소리- 정삼조(시인)

  • 기사입력 : 2020-07-15 20: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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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인영이란 시인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시는 더러 썼으되 정작 기억해 주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세상에 잠시 왔다가 저세상으로 다시 소풍 간 대부분 시인 중의 한 사람이겠기 때문이다. 그 시인들에 대한 위로도 겸하여 마침 창원시와 인연이 많은 이 시인의 기억할만한 시를 끄집어내 보기로 한다.

    방 시인은 1933년 진주에서 출생하여 문예지 〈嶺文(영문)〉 추천으로 1951년 등단했다. 이후 삼천포로 이주해 살다가 1972년 초대 문인협회 삼천포지부 회장을 잠시 지내고 이듬해 삼천포를 떠났다. 1998년 〈上南의 기적소리〉라는 유일한 시집을 도서출판 불휘에서 상재하였는데, 지명으로 미루어 이 시인이 장년 무렵부터는 창원에서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 시집의 판권에 있는 방 시인의 주소는 다시 사천시(1995년 이후 사천군과 삼천포시의 통합 시 명칭)로 되어 있다. 2000년에 작고하셨다.

    고향을 떠나 여러 곳으로 이주해 다녔다는 사실은 그의 삶이 평탄치 않았음을 추측하게 하는데, 과연 그의 시집에 보인 시들 중에는 지독한 외로움을 토로한 시가 많다. 30여 편의 시가 실렸는데 삶의 말년에 나온 시집이라 그런지 말이 적다. 깨끗하기가 사람 드문 절간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중 연작 ‘신덕리 시편’의 하나인 ‘신덕리 시편 7’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억새들이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는다/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선 채/ 허리가 휘어지도록/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고 산다//

    이곳에서는/ 억새들이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은 채/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허리가 휘어지도록/ 울부짖으면서 밤을 샌다//

    이곳의 억새들이/ 밤을 새워 허리가 휘어지도록/ 울부짖으며 견디는/ 슬픔과 외로움을/ 이곳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억새들이 밤을 새워/ 대신 울며 죽고 있기 때문이다.//”

    억새가 외로운지 그래서 슬픈지 누가 알랴. 다만 사람이 그럴 뿐이다. 시인은 억새를 통하여 자신을 들여다본다. 흡사 저 외로움의 정체를 밝히고 나면 덜 외로워지기라도 하는 듯.

    정삼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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