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 박소명
- 기사입력 : 2020-07-09 08: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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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름
날름
날름
나뭇잎들은
모두 혀가 된다.
펄펄
신이 난
초록빛 혀들
톡
톡
톡
빗방울을
맛있게 먹는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보아뱀 그림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을 그렸지만,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모자라고만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기이한 것에서 평범함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도 상상력의 부족 때문일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그 보아뱀 그림이 떠올랐다. 비 오는 날이면 나뭇잎들이 모두 혀가 된다는 상상력. 그러고 보면 나뭇잎이 혀와 똑 닮아있는데 말이다. 동시 읽기의 즐거움은 이처럼 모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발견하는 것, 비 오는 날 나뭇잎에서 혀를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장마철이라 비 소식이 잦다. 동심으로 돌아가 비를 즐긴다면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장마철도 조금은 산뜻해지지 않을까. 장진화(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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