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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 자립해 ‘완전한 탈성매매’ 이뤄야 재발 막는다

[기획] 서성동 성집결지 폐쇄·정비 성공하려면
자체 예산 확보로 계획 구체화
종사자 ‘탈성매매’ 지원책 필수

  • 기사입력 : 2020-06-29 22: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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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지역민과 지역사회는 지속적으로 서성동 불법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요구해왔다. 2009년, 2012년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0~70% 시민들이 폐쇄에 찬성했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시는 2013년 일대 폐쇄·정비에 나섰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고 집결지는 지금까지 유지됐다.

    최근 창원시가 발표한 공원조성사업 계획이 과거와 달리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추진돼야 할지 시의 의지, 타 지역 사례, 여성단체·시민연대 조언 등을 통해 짚어본다.

    창원시가 지난 4일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일원에서 성매매 근절 및 청소년보호 민·관합동 캠페인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창원시가 지난 4일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일원에서 성매매 근절 및 청소년보호 민·관합동 캠페인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2013년 폐쇄·정비사업과 어떻게 다른가= 당시 시는 서성동 집결지 3000㎡를 포함한 일대 2만3000여㎡를 대상으로 도시개발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실시했고 도시정비 재생사업 또는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적합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후 주변에 역사문화시설과 학교가 밀집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3·15의거 기념탑과 몽고정, 임항선 그린웨이 등과 연계해 ‘3·15 민주공원’을 조성키로 계획을 변경, 발표했다.

    부지보상비 250억원 등 약 500억원 이상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고 이 중 50%를 국비와 도비로 확보하겠다는 게 창원시 계획이었지만 결국 사업비에 발목이 잡혀 1년여간 지지부진한 끝에 무산됐다. 이후 2015년에는 일대 1만1500㎡에 공공주택 건립도 추진했지만 비용이 800억원에 달해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됐고 지자체장 간 갈등, 경찰과 지자체 단속 부진이 더해져 정비사업은 좌초됐다.

    하지만 이번 창원시의 근린공원 조성사업 계획은 앞서와 다소 다르다. 기본 구상은 창원시 자체 재정사업으로 서성동 집결지 일대 1만㎡를 시민을 위한 근린공원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오는 9월께 추경을 통해 용역비를 확보,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2021년까지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완료하고 2023년 상반기까지 토지 및 지상물 보상 협의 등 행정절차를 마쳐 집결지를 폐쇄한 후 2024년까지 1년간 공원을 준공할 방침이다.

    이때 관건은 토지 및 지상물 보상 협의의 속도다. 시는 보상비로 2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 부지, 건축 소유주들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할 경우가 문제다.

    김화영 시 자치행정과장은 “부지나 건물 매입과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는 공식 감정을 통해 보상비를 책정하는데 개발 특수를 노리고 더 많은 보상을 바라는 심리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보상 협의 과정에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건축물 전수조사 및 행정조치, 국공유지 무단점유 건축물에 대한 행정조치, 공중위생업소 지도단속, 시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 및 교육 지속 등이다.

    마산합포구청은 서성동지역 불법 건축물과 불법 증·개축 건축물을 대상으로 현황 조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 70%가량 추진됐다. 현황 조사가 완료된 후에는 사전통지,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일대 숙박업 허가 업소 6곳 중 3곳은 지난해 9월부터 휴업 중이며, 3곳은 1~5월 자진폐업한 상태다.

    창원시·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일대 국공유지 무단점유, 무허가 건축물 현황은 기획재정부 소유 토지 15필지 1707.3㎡, 주택지 11필지 244.3㎡, 도로 4필지 1463㎡ 등이고 국토교통부 소유 4필지 386.7㎡ 등이다.

    합포구청은 국토부 소유 국공유지 무단점유자, 업소에 지난 10일 자진철거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해당지역 무단 점유자를 특정, 변상금 부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시민 공감대 조성을 위한 홍보 캠페인도 6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창원시, 경찰,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민·관·경 합동단속을 6월 4일 첫 시행한 데 이어 앞으로 매달 첫 주 목요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창원지역 청소년지도위원과 안전지킴이 들이 매주 3차례 서성동 일대를 정기순찰하고 있다.

    창원시는 1차 목표는 근린공원 조성이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 국비사업과 연계하거나 공원 조성 이후라도 추가 정비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사자 탈성매매 지원 어떻게= 창원시의 성매매집결지 폐쇄작업과 함께 성매매 피해자의 탈성매매와 자활·자립을 도울 ‘창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인권보호 및 자립·자활 지원 조례’(대표발의 더불어민주당 문순규 시의원)가 지난 24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는 서성동 집결지를 정비할 때 집결지 내 성매매 피해자(종사자 등) 등의 인권을 보호하고 탈성매매 및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성매매 피해자들의 생계 및 자립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 서성동 집결지 폐쇄로 종사자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문순규 의원과 창원시는 조례 제정 후 실질적·효율적 지원을 위해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가 될 조례가 제정되면서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입구에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입구에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전강용 기자/

    ◇타 지역 집결지 폐쇄·탈성매매 성공 사례= 대구시는 성집결지 ‘자갈마당’ 정비 개발과 함께 전국 최초로 성매매 피해여성에 관한 자립·자활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당시 자갈마당에 종사했던 116명 중 78%인 90명이 탈성매매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지자체 폐쇄 의지와 지원을 위한 조례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다.

    조례 제정 후 대구시는 성매매집결지 종사자를 대상으로 현황조사와 상담을 하고 자활지원 신청을 접수받았다. 탈성매매를 하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한 신청자는 90일 간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상담과 조사를 받았다.

    대구시는 자활지원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지원대상자를 결정한 후 10개월 동안 월 100만원의 생계비와 월 30만원의 직업훈련비, 주거이전비 700만원 등 1인당 2000만원의 재정적 지원을 했다. 재정지원 외에도 상담소를 통해 개인별 맞춤 자활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업주의 선불금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 지원과 사회 복귀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90명 모두 탈성매매 확약서를 쓰고 성매매를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여성들도 있고 지원이 종료된 여성들도 있는데, 지원이 종료된 여성들은 보통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성매매 상담·지원을 도왔던 김한기령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집결지로 유입되는 여성들은 업주들에 의해 선불금 명목으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탈성매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원 조례에는 선불금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여성들에게 주거비·생계비 등 조례에 의한 지원과 함께 상담소 차원에서 선불금에 대한 법률적 지원 등을 함께 제공하면서 상담받은 여성들 모두 탈성매매에 성공할 수 있게 도왔다”고 말했다.

    ◇“지지부진 단속 아쉬움…여성인권 교육시설 설치 검토를”= 지역 여성계와 관련 단체, 시민연대 등은 시가 구체적인 정비방안을 내놓았고 비슷한 시기 탈성매매·자활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것을 환영하며 집결지 폐쇄·정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불법행위 단속과 행정조치가 속도를 내지 못한 점과 시민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매매집결지를 폐쇄·정비한 후 단순한 공원으로 만들기보다는 지역 상징성을 살려 여성을 포함한 인권 중요성을 교육하는 시설, 장으로 거듭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과정에 지역민 의견을 수렴,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신정 경남여성인권센터장은 그동안 집결지 출입구에 CCTV가 설치되고 캠페인을 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영업하는 업소나 종사자가 줄거나 성매매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체감할만한 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시의 사업 발표와 조례 제정 등이 알려지면서 탈성매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집결지를 밀어버리고 끝나는 단순 폐쇄일 경우 여성들은 업주에게 잡혀 있는 선불금 등으로 새 삶을 살지 못하고 위치만 옮겨서 성매매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원조례를 통해 여성들이 1년간 지원과 교육을 받고 최소한 생계비도 지원해 준다고 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김윤자 공동대표는 보다 강력한 고발·단속 조치, 지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새로운 범시민 TF 구성, 해당 지역 민주화·여성인권 교육시설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윤자 대표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업주, 알면서도 업을 계속하도록 한 건물주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처벌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강력히 진행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폐쇄·정비 과정에서 행정이 일방적으로 이끌고 가기보다는 시민의견 수렴이 꼭 필요하다. 행정, 경찰, 여성·시민단체, 지역민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회의구조를 만들어 정비방향, 피해자 지원방안, 단속 등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0년간 여성 인권이 유린된 곳인 만큼 인권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안을 함께 논의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희진·이민영·이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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