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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2020년 종이 삐라 전쟁- 이현근(체육팀장)

  • 기사입력 : 2020-06-22 2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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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의 발달로 휴대폰만 열면 세계의 돌아가는 소식을 알 수 있는 시대에 느닷없이 ‘삐라’가 남북관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사실 20~30대에게도 생소한 대북전단 삐라를 두고 북한은 군사적 행동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대북전단 살포 단체는 표현의 자유라며 강행하는가 하면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할 때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일부 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대북 전단지 살포와 관련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통신단절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무력시위를 했다. 후속 보복조치로 대남 삐라 1200만장을 인쇄해 풍선 3000여개 등을 통해 남한 지역에 살포하겠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합성 사진 등이 담긴 전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삐라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광고용 포스터라는 뜻의 영어 표현 빌(bill)이 일본어에서 변형돼 삐라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전단지가 기업이나 업체의 상업적인 홍보를 위해 만든다면 삐라는 주로 정치적인 주장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휴전을 전후해 남북한이 서로를 비난하는 내용을 풍선에 담아 날리는 심리전을 해오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 중단을 약속하며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종이 인쇄지를 풍선에 넣어 보냈지만 이제는 업그레이드해 물에 젖지 않는 필름지에다 수소를 넣은 애드벌룬을 이용한다고 한다.

    ▼사실 각종 매체가 발달한 상황에서 대북전단용 삐라가 북한 정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이 삐라를 이유로 강경자세로 나오는 것은 대북제재에 따른 위기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꼬투리를 잡은 셈이다. 코흘리개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뿌린 붉은색의 삐라 몇 장을 모아 경찰에 신고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둥, 신고하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둥 설왕설래했던 기억이 있다. 반백 살이 된 지금, 통일도 아닌 종이 삐라 얘기가 여전히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이현근(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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