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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부러운가? 항우를 깨우지 마라- 허성원(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 기사입력 : 2020-06-07 2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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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초패왕 항우는 일찌기 진시황이 회계산을 유람하는 모습을 보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저 자의 자리를 뺏어 대신 차지하리라!(彼可取而代也!)”. 한고조 유방도 함양에서 부역하는 동안 진시황의 행차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도 행차를 보면서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오호라! 대장부라면 응당 저렇게 되어야지!(嗟乎 大丈夫當如此也!)”. 초한쟁패의 맞수인 두 영웅은 모두 진시황을 부러워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적잖은 차이가 있다.

    진시황의 자리를 빼앗아 대신 차지하겠다는 항우의 말은 얼핏 보면 그의 기세처럼 거침없는 대장부의 호방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힘의 논리이고, 상대의 성취에 대해 아무런 존중이 없다. 그저 탈취의 대상일 뿐이다. 탈취는 남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의 과실을 일거에 취득하는 무임승차의 행위로서, 이 세상에 어떤 새로운 가치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저 타인의 성취만을 파괴시키며, 소유 주체만 바뀌는 제로섬의 비즈니스이다.

    그에 반해 유방은 진시황을 이상적인 대장부의 모습으로 본다. 진시황의 성취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를 롤모델로 삼아 그로부터 배워 그와 같이 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때 부러움은 새로운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 에너지가 된다.

    이처럼 유방의 부러움은 ‘창조적 에너지’이지만, 항우의 부러움은 비생산적인 ‘파괴적 에너지’이다. 창조적 부러움은 겸손과 존중에 기초하여 희망적 에너지를 창출하고, 배움과 노력의 행동을 유발한다. 그러나 파괴적 부러움은 시기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우울감과 분노의 정서로 발전하였다가, 탈취라는 패도적 행동으로 귀결된다. 파괴적 부러움의 목표는 탈취이지만, 창조적 부러움의 목표는 새로운 성취이다. 이러한 부러움의 의미 차이가 항우와 유방의 운명을 갈랐다. 항우는 잠시 진시황의 자리를 대신해보았을 뿐이었지만, 유방은 400년 한왕조의 시조가 되었다.

    ‘부러움’은 지금도 이 시대의 영웅들인 기업인들의 심장을 가동하는 에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항우와 유방을 닮아 있다. 그들의 내부에 항우와 유방이 항상 혼재한다. 평소에는 대체로 존중, 희망, 창조의 유방식 경영을 수행한다. 그러다 가끔 주변의 누군가가 놀라운 성취를 이루면 시기심이 발동하려 한다. 시기심이 커지면 우울, 분노, 파괴의 항우적 성향이 나타난다. 시기심은 내부의 항우를 깨운다.

    ‘파괴적 부러움’ 즉 시기심으로 인한 다툼을 종종 본다. 동료 연구원들 간에 기술이전 보상금을 두고 다투고, 서로 잘 협력하던 친구 중 한 쪽이 큰 성공을 거두자 다른 쪽이 설득력 낮은 이유를 들어 끈질기게 시비를 건다. 그 다툼들의 바탕이 시기심임을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안다. 시기심은 상대가 가까울수록 더욱 세게 발동하여 탈취 욕구를 자극한다. 탈취 욕구는 금전에 한하지 않고 상대의 성취감, 행복 혹은 평온에까지 미친다.

    더 비난받을 ‘파괴적 부러움’은 기술 탈취이다. 경쟁기업이 오랫동안 인력과 자금을 들여 힘들게 이룬 기술적 성취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통상은 핵심 인력을 한둘 빼내 가지만, 심한 경우에는 연구 부서를 통째로 끌어가기도 한다. 단번에 타인의 성취를 빼앗아 주인 노릇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항우 방식의 부러움 해결법이다. 영업비밀 보호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 많은 기업들이 효과적인 구제를 받고 있지만, 내부 시스템의 미비로 적절히 그 보호를 누리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아직 많다.

    시기심은 먼저 자신을 파괴한 다음 상대를 괴롭힌다. 마치 타인을 죽이고자 하면서 자신이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 옆집 감이 부럽다면 담을 넘을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내 마당에 감나무를 심을 일이다. 그것이 항우를 잠재우는 창조적 부러움 해소 방법이다. 귀하의 부러움은 항우의 것인가, 유방의 것인가?

    허성원(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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