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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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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다이어트- 김하정(시인)

  • 기사입력 : 2020-05-14 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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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정 시인

    시(詩)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예술적 에너지는 그런 긴장감을 필요로 한다. 물론 철학적 사고를 가미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어려운 낱말이나 지나친 기교를 부리는 난해한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친밀한 것이면 더 좋겠다. 첨예한 감성이 빚어내는 언어의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 뭇 영혼을 위무하는 시가 되려면 충분히 승화되고 정제되어야 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살이 찌면 각종 질병이 따라붙는다.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하거나 체중 조절을 못하면 질병이 찾아온다.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다이어트는 필요하다. 가령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 해도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전달에 장애가 생긴다. 스피치의 강한 흡인력은 대체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에 있다. 사람들은 오래 긴장할 수 없다. 물질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는 축적할수록 더 큰 부를 욕망하고, 그로 인해 결국은 자신의 인생 전부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바른 재화의 획득 방법은 건전한 노동에서 온다. 그렇지 못하면 비록 그가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하더라도 여러 사람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다.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주인공 바흠을 통해 욕망의 끝이 한 인생을 망치는 무서운 예를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 결국 지나친 탐욕으로 그가 마지막 묻힌 땅은 겨우 70㎝의 무덤이 전부였다.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욕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 재벌이나 정치인이나 법조인이나 관료들의 비정상적 재산 증식은 매번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유·무형의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는 이들을 보면 바흠이 보여준 생의 파국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점차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그 그늘도 짙어만 간다.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이란 따지고 보면 일종의 다이어트다. 정당한 방법으로, 공정한 기회를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더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하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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